[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 3일 엔조 마레스카 첼시 신임 감독 부임 소식과 함께 '첼시 선수들이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레스터시티의 승격을 이끈 마레스카 감독은 '악명 높은' 베테랑 피트니스 코치 마르코스 알바레스와 동행했다. 영국 매체들은 '첼시 선수단은 엄격한 식단을 준수하게 될 것이며 조미료, 소스 등 일부 음식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세기 축구선수들은 음식에 관한 한 간단한 삶을 살았다. 아침식사를 시리얼 한 그릇으로 때우고, 점심엔 햄버거를 먹기도 했다. 음식을 과학으로 여기지 않았던 시절이다. 현대축구는 완전히 다르다. 프로 선수들이 1년 내내 레이싱카처럼 씽씽 달리며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특별한 식단, 최고급 연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빅클럽과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앞다퉈 전문 영양사,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맞춤형 식단과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이유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9일(한국시각) '축구계에서 가장 기괴한 식단'이라는 제하에 첼시의 조미료 금지, 엘링 홀란(맨시티)의 소 내장 사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의 1일 6식 미니 식사, 카페인과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일부 선수들의 반전 사례까지 흥미진진한 프로들의 식단을 소개했다.
연합뉴스
새로운 첼시 "조미료, 소스 일절 금지"
레스터시티 출신의 마레스카 첼시 신임 감독과 동행한 스페인 출신 피트니스 코치 겸 영양학 전문가인 마르코스 알바레스 코치는 '악명 높은' 새 식단을 제시했다. 케첩 등 각종 소스, 소금, 후추 등 조미료, 케이크 심지어 과일주스까지 금지됐다. 기름에 굽는 계란프라이도 금지했다.
데일리메일은 '그의 영양 전략이 미각에는 잔인하지만 그의 엄격한 전략은 레스터시티의 승격이라는 실적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타협 없는 스타일 때문에 후안 데 라모스 감독 시절 토트넘에서 일할 때 소스 없이 닭고기와 파스타만 먹던 일부 선수들이 경비원 앨런 딕슨의 도움을 받아 프리시즌 캠프에 맥도날드를 몰래 반입하기도 했다. 레스터의 조식 뷔페 메뉴에선 계란프라이도 사라졌다'고 돌아봤다.
<저작권자(c) REUTER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홀란의 '1일 6000칼로리' 슈퍼 식단
'괴력의 노르웨이 득점머신' 홀란은 거구에 합당한 하루 6000칼로리에 달하는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소의 간을 즐겨먹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간 외에 소 염통 등 부속물도 즐기고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홀란은 동물의 내장 대신 기름진 케밥을 먹기도 한다. 홀란은 맨시티 이적 후 찍은 다큐멘터리 '홀란:큰 결정(23세)'에서 케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가진 홀란은 이 밖에도 스테이크, 랍스터, 오리고기, 굴 등 스태미너 음식을 두루 좋아한다. 매일 다양한 고기를 먹지만, 홀란이 매일 빼놓지 않고 즐기는 가장 중요한 식단을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바로 우유다. 홀란은 우유를 '마법의 묘약'이라고 표현할 만큼 우유를 사랑한다.
사진출처=호날두 SNS
호날두의 '1일 6식' 고단백 미니 식사
'85년생 레전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하루 3끼가 아닌 6끼를 먹는다. 얼핏 많아보이지만 6식은 모두 고단백 초미니 식사다. 전문 영양사가 호날두의 맞춤형 식단대로 음식을 제공하고 모든 음식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가 가득 담겼다.
호날두는 '고기 성애자' 홀란과 달리 붉은 육류를 피하고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으면서도 지방이 적은 닭고기를 주로 먹는다. 하지만 호날두가 닭고기보다 더 즐겨 먹는 음식은 신선한 생선이다. 농어, 황새치, 도미 등을 즐겨 먹는다. 물론 '피시앤드칩스'같은 튀긴 생선은 먹지 않는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채소를 즐길 뿐 아니라 술은 일절 하지 않는다. 탄산음료도 당연히 좋아하지 않는다.
<저작권자(c) Reuter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제이미 바디의 카페인 사랑
'레스터시티 레전드' 제이미 바디는 에너지 드링크, 특히 레드불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일리 메일은 '카페인은 바디의 성공의 열쇠다. 레드불 캔으로 에너지를 보충할 뿐 아니라 커피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고 썼다. 2022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바디는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레드불을 마신다"고 말한 바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챙긴 후 바로 레드불을 마신다는 것. 경기장에 모여 경기 전 준비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엔 커피를 마신다. 이어 경기 전 라운지에 가서 치즈와 햄 오믈렛에 레드불 한 캔을 더 마시는 것이 그의 루틴이다.
<저작권자(c) AF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콘테 감독의 케첩 금지
최근 나폴리의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선수들의 건강과 영양에 진심이다. 첼시의 새 피트니스 코치와 마찬가지로 케첩 등 모든 소스와 패스트푸드 금지령을 내렸다. 2021년 토트넘에 부임한 직후 그는 엄격한 식단 규정을 시행하는 이유를 밝혔다. "내가 있었던 모든 클럽에는 영양사가 있었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좋은 지방과 좋은 근육을 가져야 한다"면서 "프로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프로가 된다는 건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회복도 잘되고 부상 위험도 확실히 줄어든다. 또한 때때로 훈련이 힘들더라도 훈련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 메일은 '나폴리 선수 중 콘테 감독 몰래 패스트푸드를 먹으려는 선수가 있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수들이 식단 규칙을 어기려고 할 때 그는 항상 먼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직업 때문에 케첩을 피해야 한다는 건 괴롭다. 다행히도 케첩 제조사인 하인즈는 나폴리의 스폰서가 아니다'라고 썼다.
알렉스 송의 너겟 사랑
전 아스널 미드필더 알렉스 송은 매경기 전 켄터키프라이드 치킨(KFC)을 먹을 정도로 패스트푸드를 사랑했다. 콘테 감독의 팀이었다면 당장 이적 명단에 올랐을 선수다. 데일리 메일은 '송의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 역시 패스트푸드를 허용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벵거 감독은 1996년 아스널에 부임한 후 축구 영양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벵거의 영양, 피트니스에 대한 접근 방식은 대다수 선수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널 전 동료들의 폭로에 따르면 송은 홈경기 전날이면 어김없이 KFC에 찾았고, 경기 전날 밤 팀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치킨 너겟을 먹곤 했다. 지난해 11월 36세에 은퇴를 선언한 송은 이제 아무 걱정 없이 패스트푸드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