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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3년9개월 만의 리턴이다. 위기의 대전하나시티즌이 택한 소방수는 '황새' 황선홍 감독이다.
결국 이민성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지금 변화를 주지 않으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달 21일 자진사퇴를 택했다. 정광석 대행 체제로 전환한 대전은 새 지도자를 물색했다. 위기에 놓인만큼, A매치 브레이크 이전 선임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박항서 전 베트남 감독, 김도훈 임시 A대표팀 감독, 설기현 전 경남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다. 대전 수뇌부는 이들과 접촉, 협상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마무리까지 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설 감독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지만, '황선홍 카드'가 급물살을 탔다.
황 감독은 2020년 1월 하나은행에 인수돼 재창단한 대전하나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동행은 길지 않았다. 황 감독은 그해 9월 대전과 결별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성적 부진이 이유였지만, 당시 대전은 선두와 불과 승점 5점 뒤진 3위였다. 축구계에선 내부 불화를 이유로 꼽는 이들이 더 많았다. 시작부터 자신이 원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꾸리지 못했고, 시즌 중 구단의 잦은 간섭으로 마찰을 빚었다. 애매한 시점에 황 감독과 결별한 대전은 결국 그해 승격에 실패했다.
휴식을 취하던 황 감독에게 대전이 손을 내밀었다. 모기업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모기업 고위층에서 "제대로 한 시즌을 마치지 못했던 황 감독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에서 심신을 추스리던 황 감독은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했다. 하지만 대전에서 계획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던 황 감독은 고심 끝에 대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도 컸다.
전격적인 컴백이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일단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커리어가 꺾인 감독이 소방수로 왔다는 것에 불만이 크다. 대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부상자가 많은 데다, 포지션별 불균형도 심하다. 특히 측면 자원들이 부족한 게 황 감독의 고민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자칫 초반 결과를 가져가지 못하면, 팬들의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황 감독 입장에서는 A매치 휴식기 동안 사활을 걸어야 한다. 여기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게, '황새 대전 2기'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황 감독에 달려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