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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토트넘이 일주일 만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너무나도 극과 극의 기복을 노출해 미디어의 관심이 높다.
앞서 지난 10일 28라운드에서 토트넘은 4위 애스턴빌라를 4대0으로 박살냈다. 애스턴빌라를 승점 55점에 묶어둔 채 토트넘은 53점으로 추격했다. 토트넘이 애스턴빌라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상태였다. 토트넘이 풀럼을 잡았다면 애스턴빌라를 5위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애스턴빌라를 초토화시킨 막강한 경기력은 불과 7일 뒤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토트넘은 졸전 끝에 시즌 처음으로 무득점 패배 굴욕을 맛봤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주전 수비수 미키 판더펜의 결장이다. 판더펜은 애스턴빌라와 경기 도중 다쳤다. 판더펜 대신 라두 드라구신이 뛰었다. 디애슬레틱은 '부상으로 중요한 선수 한 명을 잃은 것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물론 토트넘은 판더펜이 플레이할 때 훨씬 좋은 팀이다. 토트넘은 판더펜이 선발 출전한 리그 18경기 중 단 2패만 당했다. 판더펜이 없는 경기에서 토트넘은 4승 1무 4패'라고 지적했다.
디애슬레틱은 '판더펜은 빠르기 때문에 토트넘은 훨씬 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 판더펜의 대체자 드라구신은 매우 힘든 첫 선발 경기를 견뎌야 했다. 고전한 선수는 드라구신 만이 아니었다. 그 어떤 선수도 칭찬 받을 만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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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인버티드 풀백 전술을 사용한다. 좌우 윙백 데스티니 우도기와 페드로 포로가 마치 중앙 미드필더처럼 가운데 공간으로 들어와 공격 전개에 관여한다. 그만큼 센터백 2명의 커버 능력이 중요하다. 디애슬레틱은 '이들이 비운 공간을 채울 사람이 없으면 매우 취약해진다'고 짚었다. 즉, 드라구신이 판더펜보다 느리고 활동반경이 좁아 토트넘 수비가 지속적으로 뚫렸다는 뜻이다.
디애슬레틱은 '파페 사르와 이브스 비수마도 평소 경기력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제임스 매디슨도 어려움을 겪었다. 손흥민은 보이지 않았다'라며 드라구신 뿐만 아니라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우리는 후반전에 우리가 일년 내내 보여줬던 강도와 템포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기 안에서 어떤 종류의 지배력이나 원동력을 얻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내내 쫓아다닌 느낌이었다. 실망스러운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4위 탈환 기회를 놓쳤다. 포스테코글루는 그러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나는 4위가 입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토트넘은 이미 4위를 해본 적이 있다. 2위도 했던 팀이다. 4위는 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팀으로 성장하고 발전하지 못했다면 4위도 의미가 없다"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운이 따라 요행으로 높은 순위를 얻어봤자 독이 된다는 이야기다.
포스테코글루는 "성공은 보다 더 실질적인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가 5위를 하더라도 여름 이적시장을 잘 보내고 또 도전과제를 성실하게 해낸다면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라며 차근차근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축구전문가 제이미 레드냅은 토트넘이 졸전을 펼치자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았다. '역적' 3명을 꼽았다. 제이미 레드냅은 토트넘 전 감독 해리 레드냅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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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냅은 "이번 시즌 토트넘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들의 플레이 덕분에 즐거웠다. 솔직히 나는 토트넘 새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를 기대하지 않았다"라며 토트넘이 여지껏 매우 훌륭한 경기력을 유지했다고 입을 열었다.
풀럼전은 아니었다. 레드냅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변명거리는 있다. 주전 센터백 미키 판더펜이 부상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는 무기력했다. 에너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레드냅은 패배의 원흉 3명을 선정했다. 그는 "데스티니 우도기는 그동안 환상적이었지만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브스 비수마와 제임스 매디슨도 미드필드에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1대1 볼경합에서 결코 이기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레드냅은 "차라리 라커룸에 독감이 돌았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선수들의 에너지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오만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그들은 편하게 뛰고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는 그런 곳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