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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 김민재가 '계륵' 에릭 다이어에게 밀리는 분위기다.
베스트11을 총출동시켜야 하는 라치오전, 헌데 기류가 묘했다. 5일 독일 빌트에 따르면, 김민재는 라치오전 최종 훈련에서 주전조로 보이는 라인업에서 훈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빌트는 '김민재가 이날 마지막 훈련 세션에서 A팀에 없었다. 그는 라치오와의 맞대결에 벤치에서 경기를 출전할 것'이라며 '더 리흐트와 다이어가 센터백 듀오로 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전 독일 언론은 김민재를 깎아내리고 다이어를 올려주는 모습이다. 프라이부르크전 후 독일 아우크스부르거 알게마이네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더리흐트를 대신해 김민재가 센터백으로 나섰지만 바이에른은 전반 30분 동안 수비적으로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며 '상대에게 놀라울 정도로 넓은 공간을 반복적으로 허용했다'고 혹평했다. 아벤트차이퉁은 '다이어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으나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었다. 미드필드에서 훌륭한 태클로 한 번 클리어했다'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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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하자.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에서도 라치오전 엔트리에 김민재의 이름을 제외했다. 키커는 알폰소 데이비스, 더 리흐트-다이어, 콘라드 라이머가 포백을 이룰 것이라 전망했다.
설마하는 분위기였지만, 라치오전 실제 라인업은 독일 언론의 전망과 같았다. 다이어가 김민재 대신 출전했다. 결과까지 좋았다. 바이에른은 라치오를 3대0으로 제압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부수였던 다이어는 탄탄한 모습으로 투마스 투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이어는 이날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2회, 공중볼 경합 한 차례에서 승리하는 등 90분 내내 집중력 있는 수비를 펼쳤다. 패스성공률도 96%를 기록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벤치로 내린 것에 "힘든 결정이었다"면서도 "더리흐트와 다이어는 지난 라이프치히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라치오전에서 선발로 기용했다"고 칭찬했다. '다이어 단짝' 케인 역시 "다이어가 라치오전에서 최고 활약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독일 매체 뮌헨 메르쿠어도 "놀랍게도 김민재가 아닌 다이어가 선발 기회를 얻었다. 그는 집중력 있는 태클과 좋은 위치 플레이로 투헬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이어가 중용되는 분위기다. 다이어 기용이 1회성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독일 언론의 분위기가 그렇다. 독일 'TZ'는 '다이어는 놀랍게도 김민재를 제치고 선발로 나왔다. 태클이 좋았고 위치선정이 훌륭해 토마스 투헬 감독 신뢰에 보답했다. 후방을 단단히 닫아 두었다'고 평했다. 독일 '스포르트1'도 '전반전은 센터백으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전방으로 공을 잘 전달했고 경합, 헤더 시도도 훌륭했다. 무실점을 유지하고 후방을 단단히 지켰다'고 호평했다.이번에도 김민재가 결장할 경우, 코리안더비가 불발된다. 마인츠에는 이재성이 뛰고 있다. 이재성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두 선수의 첫 맞대결에서는 김민재가 웃었다. 바이에른이 3대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김민재 유럽 커리어 첫 코리안더비였다.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 언제나 그랬듯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 독일 언론의 '억까'가 있기는 하지만, 김민재는 올 시즌에도 수준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름 군사훈련의 여파, 겨울 아시안컵 출전 후유증이 있다는 점, 무엇보다 김민재의 독일 무대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고려해야할 요소도 많다. 하지만 김민재는 특유의 공격적인 수비와 정교한 빌드업 능력을 앞세워 바이에른 수비진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 토트넘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데로, 다이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만큼, 김민재는 다시 기회를 얻을 공산이 크다. 쉬고 있는 사이 몸상태를 끌어올려 다시 한번 반등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김민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는 씁쓸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