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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결국은 또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었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이나 협회가 각자의 임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까닭에 한국 축구는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아시안컵에서는 준결승전에서 허망하게 패했고, 패배의 원흉인 클린스만은 귀국하자마자 제대로 된 대회 결과 분석과 평가도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야반도주'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후 손흥민과 이강인 등이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저녁 서로 다퉜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에 선수단 단합 모입을 주도하려던 손흥민과 탁구를 치러가려던 이강인 등 일부 어린 선수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져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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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협회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수수방관했다. 애초 외신 보도가 나온 뒤 몇 차례나 이 사안을 원만하게 수습할 기회는 있었다. 대표팀 내에서 벌어진 갈등과 다툼의 본질을 파악한 뒤 진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 생긴 불협화음을 조절해 다시 원팀으로 만드는 일, 나아가 태극마크에 대한 선수들의 자부심과 국민들의 애정을 회복시키는 일 등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했다.
하지만 협회는 클린스만 경질 발표와 새 감독 선임을 위한 전력강화위원회 구성 및 정해성 위원장 선임 등 현안을 처리하면서 곤경에 빠진 대표팀 선수들의 사정은 돌보지 않았다. 사실상 외면한 것으로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알아서 서로 갈등을 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흡사 이런 모습은 선수들에게 '해줘~'로 일관했던 클린스만의 행태를 연상케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손흥민과 이강인, '한국축구의 보물'들은 스스로 최적의 해법을 찾아냈다. 이강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대표팀 캡틴 손흥민을 만나 진솔한 사과를 했다. 또 대표팀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오해를 풀려는 노력을 했다. 위대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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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이강인의 이런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대표팀에 발생했던 '내분사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당사자들이 서로 사과와 용서를 주고 받았고, '캡틴'이 앞장서서 대중에게 이해와 용서를 부탁한 만큼 더 이상의 잡음이 나올 리 없다. 나와서도 안된다. 협회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선수들이 만들어낸 최적의 결과물이다. 어쩌면 협회가 원하는 그림이었을 수도 있다. 골치 아프게 개입하지 않고도 선수들끼리 일을 해결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을 자꾸 하지 않는다면, 대한축구협회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시시각각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