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응원→덕질, 팀→개인'. K리그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실 여성팬들의 움직임은 스타와 맞물려 있다. 특히 탁월한 능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더한 스타가 등장했을 때, 더 시너지를 냈다. K리그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던 1998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K리그에는 이동국-안정환-고종수라는 실력과 외모, 스타성을 등장한 트로이카가 등장했다. K리그는 이들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여성팬들로 한때 최고 흥행 스포츠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최근 기류는 조금 다르다. 과거 기준으로 하면, 여성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특출난 미남 스타가 없음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주목할 것은 K리그 외에도 나머지 프로스포츠 역시 눈에 띌 만한 관중 성장세가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프로스포츠 흥행은 국제대회 성적과 비례했다. 하지만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축구와 달리,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모두 국제대회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프로야구는 2018년 이후 5년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주춤하던 프로농구마저 1~2라운드 관중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23% 늘었다. 한국에서 4대 스포츠가 한꺼번에 흥한 것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 중심에 여성팬들이 있다.
이처럼 여성팬들이 스포츠를 찾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가성비'다. 코로나19 이후 콘서트, 뮤지컬, 영화 등 흔히 말하는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펀플레이션(펀+인플레이션)'으로 설명했다. 아이돌을 비롯해 뮤지션, 뮤지컬 스타, 영화 배우 등 전통적인 스타를 향한 '덕질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공연 값만해도 부담스러운데, 파생 상품까지 구매하면 수십만원이 깨진다. 그렇다고 해서 피드백이 오는 것도 아니다.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아이돌은 손에 닿지 못하는 진짜 '별'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스포츠다. 영화 티켓값도 되지 않는 금액에 매 주말 '직관'이 가능하다. 팀으로부터 셔틀 버스나 원정 버스 같이 직관을 위한 편의까지 제공받는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의 만남이 가능하다. 경기 후 사인을 받을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SNS 상으로 소통도 가능하다. 심지어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역조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아이돌 팬 문화가 깔려 있다. 흔히 '대포'로 불리는 대형 카메라로 촬영하고, 공유하는 등 응원 보다는 '덕질'에 가깝다. 이 여성팬들은 구매력이 상당하다. 남성팬들과 달리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이 없다. 당연히 팀이나 종목 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스타 만큼이나 스타가 속한 팀의 승리가 중요했던 예전 '오빠부대'와는 결이 다르다. '악개(악성 개인팬)'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여성팬들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K리그는 '남초'의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타종목에 비해 여성팬들이 진입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 A매치와 월드컵을 통해 장벽이 낮아졌고, 점점 여성팬들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은 역시 '팬서비스'다. 구단은 선수단 의식 전환을 필두로, 흔히 말하는 '입덕'을 늘리기 위한 자체 콘텐츠 제작, 팬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각종 이벤트 개최, 직관의 편의성을 높일 각종 서비스 제공 등에 집중해야 하고, 선수들 역시 팬들과의 스킨십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요즘 여성팬들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잘 생기지 않아도, 나를 챙겨주는 팀이나 선수에 더 끌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