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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PO 때처럼, 수원종합운동장에 내린 햇살은 또 다시 김도균의 편이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12-10 12:43


3년 전 PO 때처럼, 수원종합운동장에 내린 햇살은 또 다시 김도균의 편…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3년 전 PO 때처럼, 수원종합운동장에 내린 햇살은 또 다시 김도균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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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PO 때처럼, 수원종합운동장에 내린 햇살은 또 다시 김도균의 편…
중계화면 캡쳐

[수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0년 11월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와 경남FC의 K리그2 플레이오프(PO)가 펼쳐졌다. 상주상무가 연고이전 문제로 자동 강등이 확정되며, 승강PO 없이 이 경기 승자가 승격하는 상황이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수원FC는 비기기만 해도 1부리그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기승을 부렸던 코로나19 문제로 수원FC는 뜻하지 않은 장기 휴식기를 갖게 됐고,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0-1로 끌려다니던 후반, 어둑어둑하던 수원종합운동장에 햇살이 비췄다. 김도균 감독은 "후반전 불안하게 경기를 보는데, 갑자기 햇살이 확 비치더라. 그때 속으로 '이게 나에게 행운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전반에 눈이 내리지 않았나. 그 때는 '설'기현 감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 햇살은 나의 편이었다"고 웃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햇살은 '행운의 징표'가 됐다. 수원FC는 후반 추가시간 얻어낸 페널티킥을 안병준이 성공시키며, 기적 같은 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3년 뒤인 12월9일, 수원FC는 또 다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갈림길에 놓였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PO 2차전. 3년 전이 승격이었다면, 이번에는 잔류의 기로에 섰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수원FC는 1차전에서 1대2로 역전패를 했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이승우의 퇴장과 2개의 페널티킥이 경기 향방을 바꿨다. 최악의 흐름 속, 수원FC의 2차전 승리를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2차전 초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전반 15분만에 부산에 선제골을 내줬다. K리그2 최고 수준의 수비를 자랑하는 부산이기에, 수원FC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맹공에도 골대만 두번을 맞추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김 감독조차 '쉽지 않겠다'고 한 그때, 다시 수원종합운동장에 햇살이 내렸다. 이 햇살은 다시 김 감독의 편이 됐다. 수원FC는 후반 33분 김현의 동점골에 이어 40분 이영재가 거짓말 같은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 감독은 특유의 공격축구로 부산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연장전반 5분 이광혁의 역전골이 터진에 이어, 연장전반 11분 정재용, 연장후반 12분 로페즈가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5대2승리, 1, 2차전 합계 6대4로 수원FC가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3년 전 그랬던 것처럼, 김 감독은 이번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때가 기쁨의 눈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안도의, 사죄의 눈물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어려움과 싸웠다. 2020년 K리그2에 있던 수원FC를 승격시킨 후, 2021년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K리그1 5위로 이끈 김 감독은 2022년에도 아쉽게 파이널A행에는 실패했지만, '하스왕'인 7위를 차지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3년차인 올해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핵심 자원들의 노쇠화로 뛰는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부상이 이어지며 쓸 카드는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외인이었던 무릴로와 라스가 부상, 음주운전으로 나란히 중도이탈했다.

수비는 흔들렸고, 공격은 무뎠다. 김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 원톱과 투톱 등으로 전술을 바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7월 서울전 2대7 대패가 수원FC의 현주소였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김 감독의 장기인 온화한 리더십이 다시 힘을 발휘했다. 강등권 팀이 으레 그랬던, 무기력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결과를 잡지 못하는 중에도,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의욕만큼은 잃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결실을 맺었다. 앞서 10경기(4무6패)에서 승리가 없던 수원FC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올 시즌 가장 '김도균 스러운' 경기로 결과를 만들어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팬들을 향한 미안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김 감독의 올 시즌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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