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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간절함 넘어 처절함으로 마지막까지.' 12일 매우 중요한 '수원더비'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 원정 서포터석에는 수원팬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모기업의 무관심과 구단 프런트의 능력'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현수막 중에는 처철하게 잔류를 위해 싸워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염기훈 수원 감독대행은 "P급 지도자 교육을 받으러 가서도 수원 생각 뿐이었다. 선수들에게 우리 것만 하자고 말했다. 부담은 있지만,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인만큼 선수들의 의지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원은 김주찬 투입 1분만인 15분 김현에게 헤더로 동점골을 내줬다. 이날 통틀어 24개의 슈팅을 허용할 정도로 끌려가는 경기 양상에서 경기 균형추가 다시 수원FC 쪽으로 기우는가 싶었다. 영웅은 난세에서 탄생하는 법, 김주찬에게 영웅이 될 기회가 곧 찾아왔다. 후반 33분, 뮬리치의 로빙 패스가 수비벽을 넘어 상대 박스 안으로 향했다. 이를 캐치한 김주찬이 빠르게 공을 잡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김주찬은 19살, 프로 1년차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이날 자신의 첫 번째 슈팅이자 유일한 슈팅을 골로 연결했고, 이 골은 결승골로 기록됐다. 김주찬은 원정 서포터석 앞으로 달려가 골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을 더욱 열광케했다. 염 대행은 "어린나이에 저런 결정력과 자신감을 가졌다는 게 대단하다"며 놀라워했고, 김주찬은 "감독님과 형들이 믿어준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김주찬은 7월 울산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넣은 이후 이날까지 5골을 넣었는데, 김주찬이 득점한 5경기에서 수원은 4승1무, 승점 13점을 따냈다. 김주찬이 '승리의 파랑새'인 셈이다. 김주찬은 "팀에선 저한테 '잘하라'고 하기보단 '경기를 즐기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해준다. 형들 믿고 자신있게 경기를 하고 있다. 운이 좋게 골을 넣은 것에 대해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파이널라운드 돌입 후 3경기만에 승리를 따낸 최하위 수원은 승점 29점을 기록, 전날인 11일 대전하나를 꺾은 11위 강원(30점)과의 승점차를 다시 1점으로 좁혔다. 남은 두 경기는 '슈퍼매치 라이벌' 서울(25일), 그리고 강원(12월2일)과의 '단두대 더비'다. 김주찬은 남은 두 경기에서도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했다.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