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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정규리그 막바지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둬 리그 잔류 안정권에 안착한 제주 유나티이드가 이제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에 '올인'한다. 제주는 오는 11월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과 2023년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8월 9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경기 당일 태풍 '카눈'의 영향을 우려한 지자체의 요청으로 미뤄진 경기다. 이날 경기 승자는 같은 날 전주에서 열리는 전북-인천전 승자와 4일 결승에서 단판 승부를 펼친다. 지난달 대진 추첨 결과에 따라 결승전 개최 장소는 제주-포항전 승자의 홈 경기장이다.
홈에서 수원을 꺾은 제주는 28일 강원 원정에서 열린 K리그1 35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5분 베테랑 정운의 '극장 동점골'로 1대1로 비기면서 값진 승점 1점을 따냈다. 같은 라운드에서 수원FC가 서울에 3대4로 역전패하면서 3경기를 남겨두고 승점차가 6점에서 7점으로 1점 더 벌어졌다. 11위 강원(27점), 12위 수원(26점)과는 각각 12점, 13점차로 벌렸다. 11위 밑으론 떨어질 수 없다. 당장 36라운드에서 수원FC와 '승점 6점짜리' 맞대결을 펼칠 경우 부담이 크지만, 수원FC전은 최종전인 38라운드에 예정됐다. 36라운드 서울전, 37라운드 대전전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아도 최종전 이전에 잔류를 확정한다. 주말 결과로 잔류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건 FA컵 준결승 일정에 맞춰 흐름을 탔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팀을 떠난 남기일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정조국 감독대행은 강원전을 마치고 "분위기가 좋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행은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고 세트피스, 디테일한 공격 전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선수들에겐 보다 자율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부임 직후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난 1일 1대2로 패한 광주전부터 압박 강도, 공격의 세밀함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제주는 FA컵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다. 1996년 출범한 FA컵에서 아직 우승의 맛을 보지 못했다. 전신인 부천SK 시절이던 2004년 유일하게 결승을 밟았다. 당시 결승에서 부산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제주가 상대할 포항은 전북과 함께 FA컵 통산 우승 5회를 기록한 공동 최다우승팀이다. 까다로운 팀임에는 틀림없지만, 최근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3개 대회를 동시에 소화하는 과정에서 오베르단, 완델손, 정재희 등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말 리그 경기에선 '몰수패 이슈'까지 생겨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서귀포 원정길에 오른다. 제주는 강원 원정길에 대동하지 않은 베테랑 구자철 임채민 '에이스' 서진수 등 주전급 자원을 모두 투입해 19년 만의 결승 진출부터 이룬다는 각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