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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태국 출신 심판과 한국 축구의 악연이 쌓여가고 있다.
에이스 지소연(수원FC 위민)은 한 발 더 나아가 "심판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렇게 언페어한 경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이성을 잃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심판들에게 심한 말을 하기도 해서 징계를 받을지도 모른다. 징계를 받게 되면 우리뿐 아니라 심판도 받아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반 3분 북한 홍성옥의 '양발태클'이 지소연의 발목을 향했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장면. 지소연은 발목을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양팀 선수들이 모두 달려와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주심은 홍성옥에게 경고를 주는 것으로 '첫 충돌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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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3분 손화연(현대제철)의 퇴장 장면도 석연찮다. 손화연은 골문 앞에서 높이 뜬 공을 따내기 위해 높이 점프했다. 달려나온 북한 골키퍼와 공을 다투다 충돌했다. 스포츠 종목에서 점프한 선수끼리 부딪히는 건 일상다반사다. 손화연이 손을 썼다거나, 발을 높이 들어 골키퍼를 위협한 것도 아니었다. 차이나싯 주심은 손화연의 행동이 '경고감'이라고 판단했다.
벨 감독은 "롱볼이 넘어와서 손화연이 받기 위해 앞으로 향했다. 상대 골키퍼는 주목을 들고 뛰쳐나왔다"고 50대50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퇴장을 준 심판의 판정을 의아해했다.
지소연은 '손화연의 파울이 퇴장이라면 북한도 퇴장을 당할 상황이 많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중 한 장면이 후반 24분에 나왔다. 측면 공격수 천가람이 상대 박스 부근에서 골문 방향으로 돌아 뛰는 상황에서 리혜경이 팔로 잡아챘다. 주심이 곧바로 휘슬을 불만큼 명백한 파울. 북한 수비 뒷공간이 열려있었기 때문에 천가람이 속도를 붙였다면 절호의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심은 카드를 주진 않았다. 경고가 한장 있었던 리혜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그 외에도 후반 26분 전은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에 의해 걸려 넘어졌지만,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한국은 숫적 열세에도 후반 36분까지 1-1 스코어를 유지했다. 하지만 후반 37분 안명송, 45분 리학, 추가시간 5분 김경영에게 연속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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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은 "경기가 끝나고 흥분한 상태로 심판한테 항의를 하고 심한 말도 했다.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겠다"며 "만약 징계를 받더라도 우리뿐만 아니라 심판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전은 두 달 전에 열린 경기와 닮았다.
당시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과 일본의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울었다. 태국 출신 몽콜차이 페치스리 주심은 전반 한국의 페널티 의심 상황에 파울을 선언하지 않고, 전반 막바지 골문과 먼 지점에서 고종현이 반칙했다는 이유로 경고누적 퇴장을 선언했다. 한국은 당시 결국 0대3 스코어로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이번 남북전은 1일 오후 중국과 남자축구 8강전을 치르는 황선홍호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VAR이 없는 경기에서 반칙 한번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심판 실력을 탓하기 이전에 심판의 성향을 최대한 빠르게 분석하는 지혜도 필요해보인다.
윈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