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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을 '홍선홍'이라 부른 中진행자의 '대단한 결례', 황새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항저우 현장]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3-09-20 01:47 | 최종수정 2023-09-20 06:47


황선홍을 '홍선홍'이라 부른 中진행자의 '대단한 결례', 황새도 그냥 넘…
연합뉴스

황선홍을 '홍선홍'이라 부른 中진행자의 '대단한 결례', 황새도 그냥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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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을 '홍선홍'이라 부른 中진행자의 '대단한 결례', 황새도 그냥 넘…
19일 오후 중국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아게임 남자축구 조별예선 1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1차전을 승리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화(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9.19/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아시안게임 서전을 시원한 승리로 장식한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경기 소감이 아닌 이름 석 자였다. 무슨 사연일까.

황선홍 감독은 19일 오후 중국 항저우 저장성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9대0 대승으로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황 감독이 단상 위 좌석에 앉고 난 뒤 기자회견 진행자는 황 감독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다음은 대한민국의 홍선홍 감독..." 두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Hwang'이 발음하기 어려운 성이라고 해도 한 국가의 대표팀 감독의 성씨를 잘못 발음하는 건 대단한 결례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중 대표팀 주장 백승호(전북)의 이름을 박승호라고 불렀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을 '차이나'가 아닌 '초이나'로, 항저우를 '홍저우'라고 부른다면, 중국인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심지어 해당 관계자는 한국어 능통자였다. 말이 통하는 만큼 기자회견에 앞서 한 번이라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나 누구에게 '황선홍'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었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지 않았을까. 별명이 '황새'인 황 감독이 순간 '홍새'가 되어버리는 일도 없었을 터다.


황선홍을 '홍선홍'이라 부른 中진행자의 '대단한 결례', 황새도 그냥 넘…
19일 오후 중국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아게임 남자축구 조별예선 1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1차전을 승리한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진화(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9.19/
황 감독도 관계자의 발음 실수 정도로 넘어가지 않았다. 소감을 말하기 전에 "일단 제 이름은 홍선홍이 아니라 황선홍"이라고 담담하지만 단호한 투로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다.

이날 한국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해트트릭과 조영욱(김천)의 멀티골, 백승호(전북) 엄원상(울산) 박재용(전북) 안재준(부천)의 연속골로 9대0 대승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황 감독의 8골로 한국이 11대0으로 승리한 뒤 아시안게임 단일경기 최다골이다.

대회 전까지 이강인 차출 문제 등으로 걱정이 많았던 황 감독은 후반 초반 정우영의 5번째 골이 터지자 주먹을 불끈쥐었다. 늘 담담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황 감독의 평소 성향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세리머니'였다. 그 정도로 기뻤다. 정우영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4골을 더 몰아넣었다.

선수들의 실력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적장인 에밀리우 페이시 쿠웨이트 감독도 "수준이 달랐다"고 평했다. 하지만 경기 후 황 감독은 "없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7발 중 첫발이라는 표현을 썼다. 7번째 경기인 결승전까지 길게 봐야 한다는 거다.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시절부터 코치, 감독을 지내면서 얻은 '첫 경기 승리의 함정'을 조심하는 눈치. 첫 경기 대승으로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태국과 2차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황 감독도 선수들이 전술적인 주문을 잘 이행한 점만큼은 칭찬했다. 조영욱은 남은 경기에서도 쿠웨이트전과 같은 경기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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