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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아시안게임 서전을 시원한 승리로 장식한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경기 소감이 아닌 이름 석 자였다. 무슨 사연일까.
심지어 해당 관계자는 한국어 능통자였다. 말이 통하는 만큼 기자회견에 앞서 한 번이라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나 누구에게 '황선홍'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었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지 않았을까. 별명이 '황새'인 황 감독이 순간 '홍새'가 되어버리는 일도 없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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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해트트릭과 조영욱(김천)의 멀티골, 백승호(전북) 엄원상(울산) 박재용(전북) 안재준(부천)의 연속골로 9대0 대승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황 감독의 8골로 한국이 11대0으로 승리한 뒤 아시안게임 단일경기 최다골이다.
대회 전까지 이강인 차출 문제 등으로 걱정이 많았던 황 감독은 후반 초반 정우영의 5번째 골이 터지자 주먹을 불끈쥐었다. 늘 담담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황 감독의 평소 성향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세리머니'였다. 그 정도로 기뻤다. 정우영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4골을 더 몰아넣었다.
선수들의 실력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적장인 에밀리우 페이시 쿠웨이트 감독도 "수준이 달랐다"고 평했다. 하지만 경기 후 황 감독은 "없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7발 중 첫발이라는 표현을 썼다. 7번째 경기인 결승전까지 길게 봐야 한다는 거다.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시절부터 코치, 감독을 지내면서 얻은 '첫 경기 승리의 함정'을 조심하는 눈치. 첫 경기 대승으로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태국과 2차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황 감독도 선수들이 전술적인 주문을 잘 이행한 점만큼은 칭찬했다. 조영욱은 남은 경기에서도 쿠웨이트전과 같은 경기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