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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AS-중꺾마'이영주"'5골' 믿고 죽도록 뛰었어요"[女월드컵 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8-04 02:24 | 최종수정 2023-08-04 06:00


'환상AS-중꺾마'이영주"'5골' 믿고 죽도록 뛰었어요"[女월드컵 현장인…
독일전 앞두고 기자회견 하는 벨 감독과 이영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희망의 문이 아직은 열려 있다. 죽도록 뛰겠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딛고 두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선 '스페인리거' 이영주는 마지막 독일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었다. 2연패중인 한국이 16강에 가려면,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꺾고, 한국이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는 기적의 '경우의 수', 그녀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지난해 스페인리그 마드리드CFF로 이적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던 때 불의의 부상이 닥쳤다. 월드컵을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하루하루 성실하게 재활을 하며 월드컵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말 스페인에서 귀국하자마자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이 개인 레슨을 자청했다. 파주NFC에서 재활과 훈련을 병행하며 '고강도' 몸만들기에 돌입했고, 두 번째 월드컵 무대에 이름을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만난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은 시련이었다. '이겨야 사는' 1차전 콜롬비아, '벼랑끝 승부' 2차전 모로코에 잇달아 패했다. 이영주는 벤치에서 속수무책 이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우승후보' 독일과의 3차전, 벨의 선택은 이영주였다. 기자회견에 함께 동행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여기 옆에 있는 영주 선수는 큰 부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월드컵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영주는 첫 출전을 앞두고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주변 사람들을 잘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면 소현언니가 공격적으로 잘 올라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조소현 역시 이영주와의 재회를 반겼다. "영주와는 인천 현대제철에 있을 때도 많이 맞춰봤다. 눈빛만 봐도 아는, 아주 호흡이 잘 맞는 사이"라고 했다.


'환상AS-중꺾마'이영주"'5골' 믿고 죽도록 뛰었어요"[女월드컵 현장인…
환호하는 조소현과 추효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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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기쁨의 세리머니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환상AS-중꺾마'이영주"'5골' 믿고 죽도록 뛰었어요"[女월드컵 현장인…
공격 차단하는 이영주<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리고 7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마침내 시작된 H조 최종전 독일전 전반 6분 그녀들의 눈빛이 통했다. 뒷공간을 향해 돌아뛰는 조소현을 향해 이영주가 환상적인 킬패스를 넣었고, 라인을 부수고 달려나간 조소현에 '유럽 최고 골키퍼' 메를레 프롬스와 1대1 대결에서 세상 침착한 슈팅으로 완벽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한국 여자선수 최초로 월드컵 10경기를 기록한 조소현은 한국 선수 역대 월드컵 최고령 득점(35세 40일)이자 월드컵에 출전한 여자선수를 통틀어 8번째로 많은 나이에 득점을 한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여자월드컵 출전 13경기 만에 기록한 첫 선제골, 조소현은 한국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월드컵 통산 2골을 기록하게 됐다. 전반 6분(정확히는 5분 2초) 골은 한국의 남녀 월드컵 사상 최단 시간 득점으로도 기록됐다. 기존 기록은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이정수의 전반 7분(6분 13초) 골이었다.

독일 수비를 한순간에 농락한 킬패스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딱 거기가 너무 넓어보였다. 운이 좋았다. 거기 '쪼 언니(조소현)'가 거기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다"고 했다. "득점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누가 넣든 누가 돕든 중요치 않았다. 골을 더 넣어야 했다. 그래서 바로 볼부터 주우러 달려갔다"고 돌아봤다. "우리는 정말 다섯 골을 넣겠다고 믿고 나왔다. 골을 안 먹는 것뿐 아니라 많이 넣고 싶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부상 복귀 후 90분 풀경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팬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지만 정말 죽도록 뛰었다"고 했다. "우리 팀이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작은 돌파구를 뚫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장 안에서도 무조건 5골 넣겠다는 믿음으로 뛰었다. 팀이 올라가야 한다는 간절함이 컸다"고 말했다.

비록 5대0 승리는 없었지만 우승후보 독일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힘을 세계 속에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FIFA 2위, 월드컵 2회 우승국 독일이 사상 최초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이영주는 시련 속에 함께 일궈낸 독일전 승점 1점에 대해 "독일전은 우리 여자축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경기였다. 다음 경기, 다음 대회에서 우리가 다같이 하나 된 마음을 기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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