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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월드컵 진검승부.'
스무 살 세상을 호령했던 대한민국 여자축구 간판스타 지소연(32)과 독일 에이스 알렉산드라 포프(32)가 성인 월드컵 무대에서 13년 만에 다시 만난다.
한국과 독일은 단 한 번도 공식 A매치를 치른 적이 없다. 월드컵에서도 마주친 적 없다. 양국 여자축구의 자존심, 1991년생 동갑내기 지소연과 포프가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최종전에서 운명의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둘은 같한 인연이다. 2010년 여름 자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독일은 우승했고, 한국은 3위를 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독일에 1대5로 패한 후 콜롬비아와의 3-4위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3위에 올랐다. 당시 10골을 몰아친 우승팀 포프가 '골든슈' '골든볼'을 수상했고, 8골을 터뜨리며 대한민국의 역사적 3위를 이끈 '지메시' 지소연이 '실버슈' '실버볼'을 수상,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지소연이 2014년 첼시로 이적한 후 지난시즌 WK리그 수원FC 위민에 입단할 때까지 지소연과 포프는 유럽 무대에서 수차례 맞붙었다. 2015년 11월 여자 유럽챔피언스리그 첼시와 볼프스부르크의 첫 맞대결에서 두 선수 모두 선발 출전해 첼시가 1대2로 패했다. 2018년 4월 23일 맞대결(1대3패)에서 지소연은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휘슬 2분 만에 골을 터뜨리며 '마술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일주일 후 2차전에선 포프가 2도움을 기록하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2020~2021시즌 첼시는 처음으로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2연승을 달렸고, 이때도 어김없이 지소연과 포프는 에이스 전쟁을 펼쳤다. 지소연은 2차전에서 커비의 쐐기골을 도우며 3대0 승리를 이끌었고, 결국 첼시는 사상 첫 챔스 결승행과 함께 준우승했다. 이번 대회 독일 여자대표팀은 '1강' 볼프스부르크 에이스 중심으로 꾸려졌다. 최전방 포프, 미드필더 레나 오버도프, 수비수 마리나 헤게링, 골키퍼 메를레 프롬스까지 상당수가 볼프스부르크 소속. 클럽에서 손발을 맞춰온 이들이 탁월한 조직력을 대표팀에 그대로 옮겨왔다. 볼프스부르크와 거의 매년 경기를 치르며 승리까지 맛본 지소연은 이 독일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소연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공격수다. 만 15세에 태극마크를 단 후 147경기 67골, 최연소, 최다 출전, 최다골 기록이 모두 그녀의 것이다. 대표팀에서 플레이메이커부터 해결사 역할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팀플레이어 지소연은 늘 자신의 골보다 동료들의 골을 돕는 일에 집중해 왔다. 필요할 때면 3선까지 내려가 볼을 뿌려야 하고 때로는 측면으로 달려가 크로스를 올려야 하고, 프리킥, 코너킥 키커를 전담하고, 기회가 생기면 거침없이 슈팅도 쏘아올려야 한다. 2015년 캐나다 대회 코스타리카전 페널티킥 동점골이 그녀가 월드컵에서 기록한 유일한 골이다. 독일 주장 완장을 찬 포프는 이번 대회 1차전 모로코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고, 2차전 콜롬비아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2경기 3골을 기록중이다. 득점의 73%를 헤더로 해결할 만큼 가공할 공중볼 장악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소연과 포프의 맞대결, 지고는 못사는 지소연 역시 다시 한번 결연한 각오로 나선다. 모로코전 후반 박스 안에서 상대에게 종아리를 걷어차이며 타박상을 입었고, 출국 직전 아이티와의 출정식 평가전에서 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었지만 늘 "저는 괜찮아요" 한다. 앞만 보고 달린다.
이겨야 사는 콜롬비아전 0대2 패배 직후 그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면 끝장인 모로코전 0대1 패배 후에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왜 월드컵에만 오면 우리 걸 보여주지 못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제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독일과의 맞대결, 승패를 떠나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희망과 미래를 증명해야 할 무대다. 13년 전 세계 무대에서, 유럽 무대 첼시에서 독일,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세상당당하게 내달렸던 대한민국 월드클래스 지소연이 이번에도 키플레이어다.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