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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챔스 결승에서 꺼내든 선발 라인업에는 익숙한 이름, 카일 워커가 빠져있었다.
워커는 2022~202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에서 '현폼원탑' 윙어인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꽁꽁 묶는 활약으로 팀에 2년만의 UCL 결승 티켓을 선물한 핵심 중의 핵심 수비수.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워커 대신 센터백 나단 아케를 투입했다. 엘링 홀란을 원톱에 세우고 케빈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로드리, 일카이 귄도안, 잭 그릴리시로 미드필드진을 구성하는 기존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나왔다. 오직 워커의 자리만 바꿨다.
현장에서 명단을 지켜본 '맨유 레전드' 리오 퍼디낸드는 'BT스포츠'를 통해 "피가 끓고 있을 것 같다"며 "워커는 맨시티가 이곳까지 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선수 출신 입장에서 워커가 받을 심리적 데미지를 짐작했다.
워커의 선발 제외 결정을 지켜본 '선출' 축구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전 맨시티 수비수 졸레온 레스콧은 "다들 알다시피 펩은 상대에 맞춰서 선수를 선발한다. 상대 투톱에 대응하기 위해 마누엘 아칸지와 아케를 투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센터백만 4명을 투입했는데, 그중 전진 능력이 뛰어난 존 스톤스를 전진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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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까지 공헌을 한 선수가 정작 결승전에서 선택을 못 받은 사정은 박지성의 과거 상황과 비슷하다. 2007~2008시즌 맨유 시절 UCL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었던 박지성은 첼시와 결승전 당일 명단 제외 통보를 받으며 온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지성은 당시 엔트리에서 제외돼 정장 차림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는 것이다. 교체명단에 포함된 워커는 후반 23분 로드리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후반 31분 아칸지와 교체투입해 15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비며 1대0 승리에 기여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토트넘에 머물며 손흥민과 짧은시간 호흡을 맞췄던 워커는 이로써 생애 첫 빅이어를 손에 쥐었다. 올시즌 트레블을 포함해 맨시티 입단 후 트로피 갯수를 14개로 늘렸다.
워커는 우승 확정 후 근처에 있는 의자를 머리 위로 높이 드는 '의자 세리머니'를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의 다비드 알라바가 유행시킨 우승 세리머니다. 또한, 'B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눈앞에 있는 모든 술을 마실 작정이다. 가레스(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겐 미안하다"며 6월 A매치 소집을 앞두고 '망가질 결심'을 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