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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6개 뼛조각 돌아다니는 '포항 비에리' 이호재, 겨우내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3-02-26 17:21 | 최종수정 2023-02-27 05:43


발목 6개 뼛조각 돌아다니는 '포항 비에리' 이호재, 겨우내 흘린 '땀'…
포항 이호재.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최고의 조커였다. '포항 비에리' 이호재(23)가 창단 50주년을 맞은 포항 스틸러스의 2023시즌 K리그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호재는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대구와의 2023년 하나원큐 K리그1 홈 개막전에서 1-2로 뒤진 후반 32분 교체투입돼 후반 39분 동점골,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2 역전승을 터뜨렸다.

2021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신인 이호재가 주목받은 건 가족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캐논 슈터' 이기형 성남FC 감독이었다. 차범근 전 A대표팀 감독의 아들 차두리 이후 스타 플레이어 출신 '축구인 2세'가 주목받은 건 이호재가 오랜만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인천 대건고-고려대 출신인 이호재의 기량은 나쁘지 않았다. 김기동 포항 감독도 "호재는 좋은 체격조건과 슈팅 강도가 좋아 상대 골키퍼가 막기 힘들다"고 평가했었다. 이호재의 신장은 1m91.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인 이호재는 성실한 훈련 태도로 예쁨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주로 후반 조커로 활용된 이호재가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건 2021년 10월 3일 광주 원정이었다. 역시 후반 교체투입돼 멀티골을 폭발시켜 팀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2023년 개막전과 데자뷔였다.

2023시즌을 앞두고 체중 3kg을 감량한 이호재는 부상까지 안고 뛰고 있다. 지난 1월 베트남 하노이 동계훈련 도중 부상을 했는데 발목에 뼛조각이 6개나 돌아다닌다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이 없다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이호재의 변신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었다. 김 감독은 "호재가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보였다. 베트남 전훈 때부터 준비하는 과정과 훈련 태도가 너무 좋더라. 발목에 뼛조각이 돌아다니는 가운데서도 열심히 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좋았다. 오히려 내가 훈련을 그만하라고 관리를 해줘야 할 정도였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이날 멀티골로 스스로 자신감도 생겼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최원권 대구 감독은 "2년 전 이기형 선배님과 따로 얘기할 때 이호재를 대구로 보내달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상당히 좋은 선수다. 피지컬에다 기술도 있다. 우리 수비수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위협적인 선수를 못막아 패하지 않았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발목 6개 뼛조각 돌아다니는 '포항 비에리' 이호재, 겨우내 흘린 '땀'…
이호재.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이호재는 "이제 프로 3년차이기 때문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스스로 느꼈다. 동계훈련도 최선을 다해 임했다. 아파도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뼛조각은 베트남 전훈 때 다쳤는데 그 때 발생한 것 같다. 이것 때문에 쉬면 다른 선수에게 내 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어 꾹 참고 하고 있다. 통증이 없어 다행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또 "동료들에게 먼저 감사드린다. 특히(김)승대 형이 때릴 수 있는 찬스였지만, 나와 눈이 마주쳤다. 훈련 때부터 '무조건 줄테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도 이호재의 역할은 '조커'다. 그러나 주전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터다. 그렇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호재는 "선수라면 선발에 대한 욕심이 있다. 선발까지 가기에는 감독님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믿음을 쌓아야 한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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