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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턴, 런던(영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현지시각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취재했다. 4일엔 울버햄턴 홈구장 몰리뉴 스타디움으로 달려가 울버햄턴-리버풀전을 보고, 하루 뒤엔 영국 런던으로 옮겨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시티전을 지켜봤다. 유럽파 황희찬(울버햄턴)과 손흥민(토트넘)이 세계적인 강호와 맞붙는 경기를 취재하러 가 느낀 점 중 하나는 '도시와 하나가 된 축구'였다.
경기장 앞에는 선수단 팀 버스에 내리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거나, 동행자를 기다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장 앞'은 동네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가족단위로 경기장을 찾아 다른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팬들이 많았다. 손흥민의 등번호 7번 유니폼을 입은 한국 축구팬들은 커뮤니티, SNS 등에서 구한 '동행자'를 만나 함께 스토어와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이 되자 경기장 인근 도로가 봉쇄됐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팬들의 자연스러운 '거리두기'로 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팬들은 '차없는 도로'를 자유롭게 걸어다녔다. 영국은 끔찍한 '힐스보로' 참사를 경험한 뒤 축구장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힐스보로 참사는 1989년 4월 FA컵 준결승이 열린 셰필드의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96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영국 정부는 축구장 관중석을 좌석 형태로 바꿨다.
울버햄턴 선수들은 독특하게 '울버햄턴 전설' 빌리 라이트 동상이 서있는 정문으로 '퇴근'했다. 경기가 끝난 뒤 가족이 선수단 라커룸 근처까지 찾을 수 있는 구조여서, 마테우스 쿠냐, 루벤 네베스 등 일부 선수들은 어린 자녀를 품에 안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선수들에겐 정문 앞에 기다리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셀카를 찍는 것이 매치데이의 마지막 일정이다. 수 천만원, 많게는 수 억원의 주급을 받는 선수지만, 이 순간만큼은 '친근한 동네 축구선수'가 된다. 시민들과 하나가 된다. 런던·울버햄턴(영국)=윤진만 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