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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턴 현장]황희찬 보러 간 경기에서 '망한 부잣집'을 목격하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3-02-05 14:16 | 최종수정 2023-02-05 15:37


[울버햄턴 현장]황희찬 보러 간 경기에서 '망한 부잣집'을 목격하다
AP연합뉴스

[울버햄턴 현장]황희찬 보러 간 경기에서 '망한 부잣집'을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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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턴=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기자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기자들, 경기 전 선수단 출입구 앞에 집결한 팬들의 숫자는 조용한 중견 클럽 울버햄턴의 주말 경기 상대가 시끌시끌한 대형 클럽 리버풀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리버풀, 클럽 규모와 스쿼드 면면에서 울브스(울버햄턴 애칭)와는 쉬이 비교할 수 없는 클럽이다. 지난시즌 손흥민(토트넘)과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모하메드 살라가 4일 오후(현지시각) 붉은색 리버풀 팀 버스에서 내리자 울버햄턴 팬들은 "살라!"를 외쳤고,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실물 영접(?)에 감격스러워했다. 라이벌 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당한 표정으로 울버햄턴 홈구장 몰리뉴 스타디움에 입성한 클롭 감독과 에이스 살라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전반 5분 박스 안에서 황희찬의 영리한 움직임에 타이밍을 빼앗긴 조엘 마티프는 부랴부랴 뒤쫓아가다 허무한 자책골을 기록했다. 12분에는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크레이그 도슨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클롭 감독은 벤치 앞에서 '분노의 제스처'를 취했다. 살라는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짜증섞인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12분만에 연속 실점한 리버풀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황희찬이 경기 후 "전반, 울버햄턴의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고 말할 만큼 이날 전반전은 맨시티와 리그 우승을 다투는 '2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르윈 누녜스, 살라, 나비 케이타의 슛은 하나같이 위력이 없었다. 23분 누녜스의 왼쪽 크로스는 어이없이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25분 마티프는 자기진영에서 여유를 부리다 공을 빼앗겨 추가실점 위기를 맞았다. 32분 '축구도사' 티아고 알칸타라의 공간 패스는 황희찬에게 쉽게 막혔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나사가 빠진 것 같았다.


[울버햄턴 현장]황희찬 보러 간 경기에서 '망한 부잣집'을 목격하다
사진(울버햄턴)=윤진만 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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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턴 현장]황희찬 보러 간 경기에서 '망한 부잣집'을 목격하다
AFP연합뉴스

[울버햄턴 현장]황희찬 보러 간 경기에서 '망한 부잣집'을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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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6분 역습 상황에서 루벤 네베스에게 쐐기골을 내주기 전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울버햄턴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누녜스는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놓쳤다. 리버풀이 1월 이적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코디 학포는 문전 앞에서 주춤거리다 공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살라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경기는 결국 리버풀의 0대3 참패로 끝났다.

원정팬들은 즉각 브렌트포드와 브라이턴의 악몽이 떠올랐을 것 같다. 리버풀은 지난달 한 수 아래 전력을 지닌 브렌트포드와 브라이턴 원정에서 각각 1대3, 0대3 스코어로 패했다. 최근 리그 원정 3경기에서 연속해서 3실점씩 기록했다. 리버풀이 울버햄턴 원정에서 패한 건 1981년 이후 약 42년만이다. 홈과 원정을 포함해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을 기록한 리버풀은 20경기에서 승점 29점 획득에 그치며 두자릿수 순위인 10위로 추락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뉴캐슬), 강등권인 18위(에버턴)와의 승점차가 똑같이 11점이다. 수치상으론 딱 중위권이다.

어쩌다 갑작스레 찾아온 부진이 아니란 게 문제다. 지난해 10월 핵심 공격수 루이스 디아스, 디오고 조타가 일주일 간격으로 장기 부상을 당하며 공격진 뎁스가 갑자기 얇아졌다. 학포를 무리해서 영입한 이유다. 올해 들어선 주전 센터백 버질 반다이크와 이브라힘 코나테가 연이어 다쳤다. 제아무리 특급 명장 클롭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이라도 날개가 꺾이고 방패가 부숴진 상황에선 잔류 싸움 중인 울버햄턴도 벅찬 상대였다. 이전 4경기에서 2득점에 그친 울버햄턴은 이날 하루만 3골을 넣었다. 울버햄턴이 리그에서 3골차 이상으로 승리한 건 지난해 3월 왓포드전(4대0) 승리 이후 11개월만이다.

반면 리버풀은 최근 4경기에서 1득점 9실점을 기록했다. 강등권에 머문 팀보다 좋지 않은 경기 내용이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팀을 살릴 자신이 있는가'라는 매운맛 질문을 받아야 했다. 선두를 질주 중인 아스널이 오랜 세월 끝에 '부활한 부잣집'이라면,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으로 빅4 진입이 어려워진 흐름상 리버풀은 '망한 부잣집'에 비유할 수 있겠다. '황소' 황희찬을 취재하러 간 경기에서 목격한 사실이다. 클롭 감독은 그 질문에 특유의 당당한 말투로 "자신있다"고 답했다. 리버풀의 다음 상대는 감독 교체 후 아스널을 꺾은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13일)다.
울버햄턴(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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