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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쓰비시컵을 끝으로 베트남과 5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4)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박 감독은 결과로 말했다. 2017년 FIFA 랭킹 136위였던 베트남은 96위까지 40계단 점프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미쓰비시컵 우승, 2019년 아시안컵 8강,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선수들은 '파파'(아빠)라고 부르며 박 감독을 믿고 따랐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에게 훈장을 3번이나 수여하며 공로를 인정했다.
박 감독은 2022년 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컵에서 '라스트 댄스'를 추길 바랐다. 하지만 16일 '라이벌' 태국과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 0대1로 석패하며 합산 2대3 스코어로 우승을 놓쳤다. 이 경기를 끝으로 박 감독과 선수들은 뜨거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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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연결되는 건 자연스럽다.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나면서 자리가 비어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베트남과 한국에선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한국엔 저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한국 현장에선 제가 특별히 할 일은 없다. 국내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회사 대표가 제 미래에 대해 몇가지 안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 생각을 해보고 가족과 상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러브콜을 보낸다면 어떻게 할 건가'란 질문에 "월드컵 때 카타르를 보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느꼈다. 제가 부족하지만,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저를 부르는 팀이 있겠나"라며 웃었다.
박 감독을 필두로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이 줄줄이 동남아 축구계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동남아 무대를 누비는 후배들을 향해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면 능력을 인정받은 거다. 타국에서 일하는 게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나라 문화를 존중하면서 선수들과 신뢰와 믿음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