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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거두절미하고 선수 선발은 물론 운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그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이 9월 A매치 2연전에서 이강인(마요르카)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이 또한 그의 선택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하지만'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이유가 뭘까. 상암벌을 메운 6만에 가까운 관중은 왜 "이강인" 이름 석자를 연호했을까. "귀가 2개니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매번 전체 팀이 아닌 개별 선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불편해 하는 벤투 감독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해야할까.
그는 17시간이라는 긴 비행 끝에 고국 땅을 밟았다. 팬들은 잉글랜드의 손흥민(토트넘), 스페인의 이강인, 이탈리아의 김민재(나폴리)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전술적 판단은 달랐다. 정작 호출은 했지만 1분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월드컵이나, 타이틀이 걸린 대회라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전은 말그대로 친선 평가전이었다. 상대도 풀전력이 아닌 1.5군이었다.
이럴 거면 '왜 불렀나'라는 물음을 피해갈 순 없다. 그러나 도리어 '성'만 낼 뿐이다. 사실 벤투 감독의 '옹고집'은 하루, 이틀 겪은 일이 아니다.
지난해는 주민규(제주)가 '뜨거운 감자'가 된 적이 있다. 주민규는 K리그1에서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며 정조국 이후 5년 만의 '토종' 득점왕(22골)에 올랐다. 홍명보(울산) 최용수(강원) 등 K리그의 많은 감독들이 한 번은 대표팀에 불러 점검을 해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스타일이 다르다고 외면했다. 스타일이 다르다면 굳이 먼 이국땅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도 소집할 이유가 없다. 불러놓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비판 또한 감수해야 한다.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았다. 결코 짧지 않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분명 그의 '공'이다. 그러나 이는 아시아 무대의 결과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조별리그에서 경쟁해야 하는 월드컵 본선은 분명 다른 이야기다. 6월 브라질전(1대5 패)의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 그래서 전술적 유연성을 더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늘 그랬듯 '마이웨이'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그의 몫이다. 카타르월드컵이 진정한 그의 시험대다. 벤투 감독의 4년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의 길이 맞았다면 팬들이 더 크게 환호하고 엄호할 것이다. 틀렸다면 정반대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벤투 감독과 한 배를 탄 대한축구협회(KFA)도 마찬가지다. 라이벌인 일본은 A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유럽 네이션스리그 출전을 검토할 정도로 우리보다 늘 한 발 앞서 나간다. 반면 KFA는 9월 A매치도 안방에서 치를 정도로 '한가'하다. KFA도 '철창 안의 호랑이'가 아닌지를 월드컵을 통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