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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G무승'에도 빅버드 울려퍼진 "안병준!" 콜,수원 삼성이 이겨야할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7-31 14:46



'승점 3점이 이리도 힘든 일일까.'

30일 '하나원큐 K리그1 2022' 수원 삼성-김천 상무전, 동아시안컵 휴식기 동안 공격력 재정비에 온힘을 쏟은 수원은 조규성 등 국가대표들이 대거 빠진 김천 상무를 상대로 10경기만의 승리에 도전했다.

축구는 '골을 넣어 승리하는 경기'다. 리그 11위 수원 삼성은 올시즌 23경기에서 15골로 리그 12개팀 중 최소 득점을 기록중이다. 경기당 평균 0.65골, 1골도 되지 않는다. 7월 들어선 지난 6일 대구전(1대1무) 오현규의 동점골 이후 3경기에서 페널티킥 1골만을 기록했을 뿐, 필드골은 전무하다. 올 시즌 골을 못넣은 경기가 절반 가까운 11경기에 달하고, 2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3월 성남전(2대2무), 강원전(2대2무), 5월 김천전(2대1승) 등 3경기뿐이다.

확실한 득점원이 부재한 가운데 해결사 역할을 해야할 '외국인 공격수' 그로닝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2부리그 득점왕' 안병준 영입에 성공, 울산전에서 PK 마수걸이골을 신고했지만 아직은 적응기다.
김천과의 홈경기, 탈출구를 찾기 위한 수원 공격의 절박함이 감지됐다.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은 "2주간 훈련에서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 경기에서 훈련 때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기제와 정승원이 오르내리는 양 측면은 빨라지고 강해졌다. 안병준, 전진우, 류승우 등 공격진도 박스 안팎에서 쉴새없이 몸을 던졌다. 그러나 이날도 마무리가 안됐다. 수비에 굴절되고,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슈팅이 속출했다. 지독한 불운에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정승원의 컷백, 이기제의 크로스가 더 날카로워졌지만 받아줄 동료의 단 한발이 부족했다. 17개의 슈팅, 9개가 유효슈팅이 모두 빗나갔다. 후반 42분, 정승원이 필사적인 돌파로 이끌어낸 페널티킥, 승점 3점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이마저 사리치 대신 키커를 자청한 안병준이 실축하고 말았다. 0대0 무승부 후 선수들은 "마가 낀 것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승점 1점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였다. 간절했던 10경기 만의 승리는 그렇게 물 건너갔다.

휘슬이 울린 후, 수원 삼성 서포터들은 폭염의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10경기 무승에 열받은 팬들이 "정신 차려! 수원" 콜과 함께 야유를 쏟아낼 줄 알았다. 그런데 수원 서포터들은 한목소리로 "안병준!" "오현규!"를 연호했다. 자신 있게 도전했지만 실축에 절망한 공격수, 마지막까지 한 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유스 선수를 팬들이 오히려 위로했다. '뛰어, 싸워, 이겨'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팬들의 격문이 빅버드에 뜨겁게 나부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이 장면을 언급하자 이병근 감독은 감정이 복받치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기지 못해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무슨 말을 드려야할지 아무 생각이 안난다"고 했다. "득점을 못했지만 희망을 봤다. 호흡을 맞춰간다면 좀더 많은 득점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세상 모든 프로의 존재 이유는 팬에 있다. 그런 면에서 수원 삼성은 이겨야할 이유가 확실한 팀이다. 골대 불운은 있을지언정, 수원 삼성은 K리그1 그 어느 팀보다 '행복'한 팀이다. 10경기를 이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위로할 줄 아는, 품격 있는 '파란피'의 '찐'팬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승점 3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팀이다. 수원 삼성은 3일 대구FC 원정, 6일 수원FC전에서 다시 승점 3점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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