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시민이 원하는 대표이사는 전달수 대표이사 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내용이다. 통상 팬들의 시위는 구단, 프런트에 대한 비난이 일반적이다. 사퇴 요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다르다. '착한 시위'다. 오로지 전 대표의 잔류를 읍소하는 내용이 전부다. 전 대표를 붙잡아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고, 그래야 인천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유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만큼 전 대표의 잔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사실 팬들 뿐만 아니다. 프런트, 선수단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천 관계자들은 모두 이번 트럭시위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시도민구단에서 '대표'는 '공공의 적'이다. 선거에 공을 세운 보은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대부분이다. 구단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집중 타깃이 된다. 때문에 '대표 퇴진' 구호는 익숙하지만, '대표 잔류'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번 시위를 계획한 '인천네이션' 운영자 신원용씨는 "전 대표님은 진심으로 팀을 대하신다. 이전 대표들과는 다르게, 그 마음이 느껴진다. 프런트를 비롯해, 선수들 한명한명이 아버지라 생각할 정도로 따뜻한 분이자, 부채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정도로 능력 있는 분이다. 그런 분이 팀에 남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
인천 이사회는 전 대표의 이같은 노고를 인정, 전 대표를 2년 더 신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시도민구단이 그렇듯, 지방선거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수한 루머와 음해가 전 대표를 지치게 했다.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눈치 없이 자리를 지킨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평소 명예와 신의를 철칙으로 하는 전 대표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결국 전 대표는 고심 끝 유 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추경 요청과 함께, 사퇴의 뜻을 전했다. 유 시장은 만류했지만, 전 대표는 "나로 인해 시장님, 그리고 무엇보다 팀에 누가 될 수는 없다"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전 대표에게는 여전히 '인천 유나이티드'가 우선순위였다.
유 시장은 전 대표의 사표 수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예전처럼 나락의 길을 걸을 것인지, 키는 유 시장에 달려 있다. 확고한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것도 결국 유 시장의 결단이다. 명분은 충분하다. 트럭시위를 본 유 시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