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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유벤투스와 달랐던 SON의 토트넘, '윈-윈'의 해법을 선물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2-07-14 16:11 | 최종수정 2022-07-15 06:05


팀 K리그과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경기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토트넘 해리 케인이 역전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포옹을 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2.07.13/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우리 형'이 '날강두'가 된 것은 한 순간이었다. 3년 전이었다. 당시 해외 축구 스타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선수는 단연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현 맨유)였다. '우리 형'이 그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그는 '노쇼'로 6만 관중을 외면했다.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일찍 자리를 뜨는 관중이 나왔다. 일부 관중은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PSG)를 연호, 분통을 토해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유벤투스는 그렇게 국내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호날두도 '날강두'로 퇴색했다.

2022년 7월 13일, 토트넘이 유벤투스와 같은 무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섰다. 상암벌은 6만4100명의 관중으로 가득찼다. 2005년 이후 17년 만의 방한인 토트넘은 유벤투스와는 달리 거침없이 한국 축구 시장을 빨아들였다. 토트넘은 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의 팀이라 애초 거부감이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인줄, 그들도 몰랐다. 토트넘 다니엘 레비 회장은 물론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선수들도 모두 놀라는 분위기다.

스포츠 산업적으로도 진일보한 발걸음을 뗐다. 프로스포츠는 '돈'이다. 토트넘은 최근 발표된 전 세계 프로구단 가치 평가에서 맨시티, PSG,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6위(7억5900만유로·약 1조원)를 차지했다. '북런던' 라이벌인 아스널은 톱10에 없었고, 첼시(7위)와 맨유(9위)에도 앞섰다.


사진캡처=스퍼스웹
토트넘은 이번 '코리아 투어'에서 한국의 미래를 수확했다. '마켓 5.0 시대'의 고민도 필요없었다. 이날 관중의 절대 다수는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차지했다. 토트넘을 지지하는 팬층에는 세대차이가 없다. 10대부터 40대를 아우르면서 스포츠 산업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토트넘은 실제로 이번 방한 중 국내의 몇몇 기업들과 서브 스폰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방한에서 두 경기 대전료로만 총 40억원(추정) 이상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트넘의 메인스폰서인 다국적 생명보험사 AIA그룹도 최대 수혜를 얻었다. AIA그룹은 2014년부터 토트넘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방한을 통해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물론 토트넘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 다양한 기관과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토트넘의 활약에 K리그도 '노쇼의 악몽'에서도 탈출했다. 콘테 감독의 공언대로 이날 상암벌에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물론 히샬리송, 에릭 다이어, 위고 요리스,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등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비록 '팀 K리그'는 3대6으로 패했지만 '들러리론'을 종식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콘테 감독도 "3골이나 넣은 '팀 K리그'는 매우 좋은 팀이었다. 상대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영표 강원FC 대표도 눈에 띄었다. 토트넘은 그의 친정팀이다. 하지만 그 시절, 그는 맨유 박지성의 그늘에 가렸다. 이 대표는 이날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경기 전 양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경기 중에는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또 강원의 대표로 토트넘을 초청한 쿠팡플레이의 후원 계약도 이끌어냈다. 한국 축구의 차세대 대표 행정가로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토트넘은 1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스페인의 명문 세비야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코리아 투어'를 마무리한다. 스포츠 산업은 국경이 없다. 세대간의 간극도 존재하지 않는다. 토트넘이 제대로 화답한 이번 방한은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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