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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비가 온 뒤에 순식간에 자라나는 대나무 싹처럼 6월 A매치 휴식기 이후 K리그1에서도 득점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득점왕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3명의 대권 주자, 무고사(인천)-조규성(김천)-주민규(제주)가 하나같이 뜨거운 골 감각을 과시하면서 K리그 팬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휴식기 이후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주민규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고, 그 뒤를 조규성이 이었다. 마지막 주자 무고사는 한꺼번에 3골을 폭발시키며 다른 경쟁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괴물처럼 진화한 '파검의 피니셔'
2018년 K리그1 무대에 입성한 뒤 인천에서만 5시즌을 보내고 있는 무고사는 올 시즌 더욱 골감각이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6월 A매치 기간에 자국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됐다 돌아온 이후 자신감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이전 대표팀 소집 후 돌아왔을 때보다 이번에는 더욱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먼 거리 이동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자신감으로 피로를 이겨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자신감은 대표팀에서의 좋은 활약 덕이다. 무고사는 지난 15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라피드 스타디움에서 치른 네이션스리그 리그B 조별리그 3조 4차전에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여기서 발생한 자신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1주일 동안 무려 두 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한 셈이다. 실로 무서운 파괴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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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을 내려놓은 말년 병장
현재 득점 단독 1위(11골)를 기록 중인 조규성 또한 A매치를 통한 자신감 회복이 리그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조규성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소집돼 지난 14일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무려 5개월만에 A매치 골맛을 봤다. 이후 소속팀에 돌아온 조규성은 이전에 비해 한층 성숙한 플레이어로 변모했다.
이런 변화는 골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서 짐작할 수 있다. 조규성은 "솔직히 매 경기 골을 넣고 싶은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시즌 초반에는 의식적으로 골을 노리기도 했다. 동료들도 많이 도와줬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질수록 오히려 골이 안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골을 의식하기 보다는 팀을 위해 플레이 자체에 집중할 때 오히려 골이 따라붙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도 조규성의 플레이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지만, 스스로 깨달은 바가 지금의 조규성을 만드는 데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조규성은 이제 곧 김천 상무에서 제대한다. 9월이면 전역하는 말년 병장이다. 그런 그는 득점왕 경쟁보다 현재 7경기 연속 무승으로 부진의 늪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 게 '제1의 사명'이다. 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골도 따라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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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주민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점이다. 치열한 득점왕 경쟁 구도에서 어떻게 하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지를 알고 있다. 그는 현재 K리거 중에서 가장 피니시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 지역 어느 곳에서나 어떤 신체 부위로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주민규다. 실제로 그는 지난 11라운드 김천 상무전에서는 머리와 왼발, 오른발로 모두 골을 넣는 '퍼펙트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또 주민규는 '팀과의 시너지 효과'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제주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다크호스다. 팀 전력 자체가 좋고, 제르소나 조나탄 링 등 외국인 선수들과 주민규의 연계효과가 특히 돋보인다. 팀 전술이나 공격 옵션들도 주민규에게 맞춰진 것들이 많다. 강팀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에 대한 집중견제를 벗겨줄 동료도 있다. 주민규가 비록 현재 3위지만, 언제든 다시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