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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에 만만한 팀은 없다' 6월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는 파라과이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6-15 14:11 | 최종수정 2022-06-16 06:30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황인범, 손홍민.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6.1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 파라과이는 6월 친선 A매치 4경기 중 흥행과 가장 거리가 먼 경기로 보였지만, '축구적'으로 가장 많은 선물을 남기고 떠난 팀으로 꼽힌다. 기예르모 바로스 스켈로토 감독이 이끄는 파라과이는 한국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보통의 타대륙 국가들과 달리, 경기 준비가 잘 된 상태로 벤투호를 상대했다. 지난 2일 일본 원정경기에서 1대4로 패할 때만 해도 김빠진 평가전이 될 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근 일주일 동안 국내에서 시차 적응을 마치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소속팀 일정 등으로 일본전에 결장한 주전 수비수 구스타보 고메스(파우메이라스), 파비안 발부에나(디나모모스크바) 등이 합류해 스쿼드도 강화했다.

돌아보면 한국은 이번 4연전에서 결국은 체류기간이 긴 팀에 고전했다. 첫 상대인 브라질은 일주일 가까이 국내에 머무르며 몸을 만들었다. 한 수 위 전력을 지닌 팀이 몸상태까지 가벼웠을 때 벌어진 일을 우리는 목격했다. 스코어 1대5였다. 반면 2번째, 4번째 상대인 칠레와 이집트는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고작 2~3일간 적응한 팀들이 좋은 컨디션을 보일리 만무했다. 주전도 대거 빠졌다. 두 경기에서 벤투호는 2대0과 4대1로 완승을 거뒀다.

파라과이전 결과는 2대2였다. 세계최강 브라질전을 제외한 3경기에서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상대다. 파라과이(50위)는 4팀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고,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해 동기부여도 크지 않은 팀이었다. 하지만 강한 압박과 빠르고 효율적인 역습으로 경기 시작 49분만에 2골을 몰아치며 90분 내내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 23분 미겔 알미론(뉴캐슬)이 첫 골을 넣은 장면에선 수비수 정승현(김천)이 위험지역에서 공을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후반 4분 역습 상황에선 수비수들이 속수무책으로 알미론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21분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과 후반 추가시간 3분 교체투입된 엄원상(울산)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합작골로 2대2로 비겼다. 내용에선 앞섰다고 결코 말할 수 없었다. 파라과이 선수는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을 저지하기 위해 레슬링 기술까지 불사했다. 의욕, 체력이 떨어진 후반 우수수 실점한 이집트와는 달랐다. 한국의 실력을 평가할 '평가전'의 의미에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한 경기를 통해 벤투호는 많은 걸 얻었다. 김민재(페네르바체)가 빠졌다곤 하더라도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은 이번 4연전에서 브라질전 5골, 파라과이전 2골, 이집트전 1골 총 8골을 허용했다. 한 번의 패스미스가 치명적인 역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부상으로 하차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친선전으로 여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 정신'을 드러낸 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2골차로 끌려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등 강호가 버티는 월드컵 본선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벤투 감독과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친선전에서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쌓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월드컵 예선에서 '꽃길'을 걸었던 벤투호에 정작 필요한 건 현실을 일깨워줄 팀의 존재였다. 브라질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해줬다면, 파라과이는 FIFA랭킹 50위인 팀도 준비만 잘 됐다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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