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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무리수에' 흥행도, 경기력도 모두 놓치게 된 이집트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6-13 12:23 | 최종수정 2022-06-14 07:15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브라질의 평가전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벤투 감독이 작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6.02/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애초부터 무리한 기획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집트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그런데 뚜껑을 열기도 전에 벌써부터 김이 빠졌다. '이집트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불참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11일 '이집트축구협회로부터 살라가 부상으로 이번 한국전에 불참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살라의 방한은 큰 관심사였다. 살라는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과 23골로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 대 살라'의 맞대결로 브라질-칠레-파라과이로 이어진 6월 A매치 4연전의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었다. 때문에 살라가 한국땅을 밟을 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애초부터 살라가 한국에 올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살라는 2021~2022시즌 막바지 부상으로 신음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가 거론될 정도의 몸상태였다. 가까스로 시즌을 마친 살라는 지난 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기니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에 나섰지만, 이후 에디오피아와의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좋지 않은 몸상태, 재계약과 이적 중 갈림길에 놓인 거취 문제까지 겹친 살라가 올 가능성이 낮았다.

물론 이집트와의 친선경기를 주선하며 살라 출전에 관한 옵션을 포함시켰지만, '부상'을 주장하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축구계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살라가 오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브라질을 정예 선수들로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카타르월드컵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집트는 월드컵 본선이 좌절된 팀이다. 다음 시즌이 더 중요한 살라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명분이 없는 방한이었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집트를 파트너로 삼은 이유, 흥행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한 협회는 이번 6월 A매치에 사활을 걸었고, 보다 확실한 흥행을 위한 카드로 이집트, 더 정확히는 살라를 택했다. 이번 경기에 대한 협회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협회는 살라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정작 살라가 불참하며 난감한 처지가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티켓 가치가 하락하며,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이다. 축제 같은 6월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 A매치 4연전의 핵심 포인트는 엄연히 '월드컵 본선 준비'다.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가 가상의 우루과이라면, 이집트전은 가나전을 대비하는 경기다. 가나는 우리가 16강을 위해 무조건 잡아야 하는 상대다. 협회가 아르헨티나전이 무산된 이후 아프리카팀을 찾은 이유다. 11월 본선까지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9월 A매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아프리카팀과의 평가전은 굉장히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협회는 경기력 점검 보다 흥행에 초점을 맞췄다. 애초에 서아프리카에 속한 이집트는 가나와 스타일이 다른 팀이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살라 뿐만 아니라 오마르 마르무시(슈투트가르트), 트레제게(바샥셰히르),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널) 등 다른 핵심 자원도 모두 제외됐다. 방한하는 현재의 이집트 대표팀은 FIFA랭킹 140위 에디오피아에 완패할 정도의 수준이다. 가나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기회를 하나 날린 셈이다.


대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협회는 아르헨티나전이 무산된 후 카메룬과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네갈도 선택지에는 있었다. 카메룬, 세네갈은 스타일상 '가상의 가나'에 더욱 가까운 팀이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도 나선다. 하지만 협회는 갑작스레 이집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무리한 결정으로 이집트전은 흥행도, 경기력도 놓치는 최악의 결정이 되고 말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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