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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소통!" 대전월드컵경기장에 깔린 양탄자의 '비결'[SC현장]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5-10 14:59 | 최종수정 2022-05-11 07:26


사진제공=대전하나시티즌

[대전=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주, 2주간 휴식기가 생긴 대전하나 시티즌은 충북 보은으로 일주일간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유가 있었다. 대전월드컵경기장과 보조경기장, 클럽하우스가 있는 덕암 A, B구장을 모두 관리하는 대전하나는 잔디를 위해 '통기배토'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보은 쪽 숙소가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이민성 대전 감독은 잔디 관리를 위한 프런트의 뜻을 이해하고 전훈행을 택했다.

결과물은 달콤했다. 9일 대전-김포FC전이 펼쳐진 대전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양탄자'를 연상케 했다. 유럽의 특급 경기장 못지 않았다. 태클 뒤 잔디가 파이고, 들리는 장면 하나 없었다. 잔디가 좋으니 경기력도 덩달아 올라갔다.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운 대전과 김포는 무려 4골씩을 주고 받으며 4대4 명승부를 연출했다. 기분까지 바꿔줄 푸른 잔디에, 치열한 명승부까지 팬들도 신이 난 모습이었다.

좋은 환경 속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는 판단 속, 대전은 잔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8월부터 대전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환경 개선에 나섰다. 잔디는 물론 토양 자체를 갈아엎는 대공사를 진행했다. '불투수층(물이 투과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층)'이 형성된 지반의 중간층까지 전면 교체했으며, 스프링클러 및 배관 등 노후 부대시설도 함께 변화를 줬다. 10월초부터 잔디를 식재했다. 잔디는 한국 기후에 적합하고 현재 국내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잔디종인 켄터키 블루그래스(Kentucky Bluegrass)로 교체했다.

여기에 원활한 잔디관리를 위해 유럽식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전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천연잔디 생장용 인공 채광기(TLS 36)를 두 대나 구입했다. 인공 채광기는 태양빛을 대신해 빛 에너지를 공급해 잔디의 빠른 회복과 성장을 돕는 장비로 이미 유럽에서 천연잔디 성장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음영지역과 잔디 성장이 더딘 부분, 손상이 심한 부분을 집중 조명하여 천연잔디의 생장을 돕는 전문 장비로, K리그에서는 대전이 최초 구매했다.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잔디 관리를 위해 '마인드'까지 바꿨다. 잔디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신재민 기획운영실장은 "잔디 관리의 핵심은 결국 소통"이라고 했다. 여름은 고온다습하고, 겨울은 추운 한국식 기후를 감안하면 잔디가 자랄 수 있는 시기는 4, 5, 6, 9, 10월 밖에 없다. 이 기간 동안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포인트다. 헌데 사용자는 당연히 최대한 많이 좋은 잔디를 활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잔디는 많이 쓰면 쓸수록 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더 많이 쓰려는 사용자와 관리자 사이에서 잘 조율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대전은 이 부분에서 진일보했다. 이민성 감독과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경기력도 올리며, 잔디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았다. 훈련 강도를 체크해, 경기장 내 동선을 다양하게 하고, 피지컬 훈련 장소도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훈련부터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하지만 잔디가 좋으면 결국 대전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는 이민성 감독도 구단의 뜻에 흔쾌히 동의했다.

신 실장은 "좋은 잔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관리다. 잔디가 쉬고 자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지도자도 루틴이 있고, 선호하는 장소도 있다. 한 곳에서만 훈련하면 당연히 잔디가 상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잔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투자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잔디를 쓰는 지도자와 관리자 간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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