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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축구지!" 하석주의 아주대 캠퍼스에서 다시 만난 대학축구의 봄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4-10 14:26


사진제공=아주대 축구부 프런트

벚꽃이 흩날리는 그라운드, 봄날의 아주대 캠퍼스가 축구와 핑크빛 사랑에 빠졌다.

지난 8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 아주대축구전용구장, 대면 수업을 마친 2000여 명의 아주대 홈 팬들이 관중석에 운집했다. 학교 정문 바로 옆 축구장, 교정을 오가던 이들이 가던 길 멈춘 채 까치발을 치켜들고 축구 구경을 하는 모습은 영화 '시네마천국'같은 장관이었다.


대한축구리그 최초의 아주대 축구부 프런트. 일잘하는 프런트.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하석주 감독이 이끄는 아주대는 U리그 문화를 선도해온 축구팀이다. 2015년 대학축구리그 최초로 프로구단 프런트 개념을 도입했다. 선수들만의 축구부가 아닌 동문, 학우, 교직원,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구부를 표방한다. 서포터스의 홈 경기 응원, 영상 촬영, SNS 관리 등 팀 운영도 준프로급이다. 프로 못잖게 관중이 운집하는 아주대의 U리그 개막전은 대학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진풍경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19년 봄 이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축구의 봄도 앗아갔다. 지난 2년간 모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3년만에 재개된 유관중 개막전, 시작도 전에 마스크를 쓴 학우들이 스탠드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사진제공=아주대 축구부 프런트
이날 경기는 아주대의 U리그 2라운드 홈 개막전. 2019년에 아주대를 0대1로 울렸던 강호 광운대와의 맞대결이었다. 지난 2월 부임한 조기주 아주대 신임총장과 추호석 이사장, 김흥환 아주대 축구부 후원회장, 이삼구 고문(전 후원회장) 등 교내 관계자들은 물론 하석주 아주대 감독의 '절친'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현장을 찾았다. SBS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의 FC불나방 '미모의 에이스' 박선영, 조하나, 송은영, 안혜경이 시축에 나서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왼발의 승부사' 하석주 감독의 공격 본능은 여전했다. 전반 초반 스리백(김동영-서명관-전승기)을 가동하다 팬들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포백으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하프타임 아주대 응원단의 신명나는 치어리딩, 대학축제의 풋풋한 분위기 그대로였다.


0-0으로 팽팽하던 균형은 후반 8분 깨졌다. 10번 고민석의 환상적인 발리슈팅이 골망을 가르자 캠퍼스는 환호로 뒤덮였다. 고민석의 '토트넘 스타' 손흥민표 '찰칵' 세리머니가 작렬했다. 육성응원을 금지했지만, 짜릿한 골맛에 절로 터져나오는 젊음의 함성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승기를 잡은 후반 30분경, 홈팀 아주대에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수비수 김동영이 경고누적, 레드카드를 받아든 것. 10대11의 수적 열세 속에 막판 15분은 더욱 뜨거웠다. 동점골을 노리는 광운대의 파상공세를 아주대 선수들이 몸 던져 막아섰다. 치열한 몸싸움 끝에 경기는 거칠어졌고, 후반 종료 직전 광운대서도 퇴장 선수가 나왔다. 결과는 아주대의 1대0 승리. 아주대는 명지대전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승리 후 홈 서포터스 앞에 선 선수단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흥환 후원회장이 즉석에서 주장에게 승리 격려금 200만원을 건네자 학우들이 '와!' 함성을 질렀다. 학우들을 위한 '럭키드로' 경품행사도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뜰 수 없는 축구장, 선수도 팬도 모두 행복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하석주 아주대 감독과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하 감독은 "경기전 선수들에게 '우리에겐 이 홈 개막전이 결승전과 똑같다'고 이야기했다. '긴장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했다"면서 "새 총장님도 오시고, 관중들도 역대 최고로 많이 왔다. 나부터 부담이 많이 됐는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후반 퇴장 후 수적 열세에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아주대 레전드'로서 재학생, 동문, 지역과 함께 하는 '모두의 아주대' 축구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보다 관중이 더 많이 온 것 같다. 다들 축구에 대한 굶주림이 있었던 것같다. 2부리그에도 이런 분위기는 흔치 않다. 오늘 이렇게 다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흐뭇하다. 우리에겐 우승보다 더 큰 의미"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매력이다. 2년 묵은 코로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 것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홈개막전 결승골을 터뜨린 아주대 4학년 고민석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
특히 결승골의 주인공, 개막전 히어로 '아주대 4학년' 고민석에겐 평생 잊지 못할 '인생경기'가 됐다. "대학 4년을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 유관중 개막전은 입학 후 3년만이고, 개막전을 뛴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뛰면서도 힘이 나고 마음이 벅찼다. 많은 팬 앞에서 골 넣은 오늘의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같다." 이니에스타를 좋아하고, 공격적인 패스가 장기인 고민석은 "프로선수가 꿈이다. 찾아주는 팀이 있으면 어디든 최선을 다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각오도 함께 전했다.

'골때녀'와 함께 90분 내내 현장을 지킨 'FC개벤져스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역시 봄날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개막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캠퍼스의 봄을 느꼈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다들 움추려 있었는데 오늘은 축제의 날"이라고 했다. "아주대가 대학축구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대학이 이렇게 됐으면 한다. 축구와 캠퍼스의 추억을 함께 하는 대학생활, 다른 대학도 이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이 보이지 않던 기나긴 코로나 터널의 끝, 아주대에서 만난 대학축구의 봄이 뭉클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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