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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모셔오면 인정.'
급기야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의 이름까지 등장했다. 이제는 답답함의 경지를 넘어섰다. 자조 섞인 비아냥까지 흘러나온다.
서울은 올 시즌 'THE SEOULDAUM(더 서울다움)'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지난 2017년 이후 세 시즌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복귀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였다. 공허한 메아리였다. 서울은 2018년 이후 불과 두 시즌 만에 또 다시 파이널B로 주저 앉았다. 서울은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경기에서 8승5무13패(승점 29)를 기록하며 아랫물로 추락했다.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은 지난 2017년 말 엄태진 사장 부임 뒤 연일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 과거 서울이 자랑하던 '국가대표급 스쿼드'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올해 비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영입 과정에서 각종 난맥상을 드러냈다. 기성용 복귀 과정은 그 정점이었다. 그렇다고 미래를 키우는 일도 없다. 서울은 '한국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발굴한다던 FOS(Future Of Seoul) 몸집을 크게 줄였다.
구단 안팎으로 주춤한 사이.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책임은 온전히 현장의 몫이었다. 서울의 상징과도 같던 '독수리' 최용수 감독은 결국 날개를 접었다. 김호영 감독대행도 불과 9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현재 박혁순 코치가 감독대행의 대행 자격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8년 황선홍 이을용에 이어 또 다시 지도자만 잃었다. 서울에 '사령탑의 무덤'이라는 불명예가 생긴 이유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은 다음달 재개하는 ACL 무대에 나선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ACL 출전팀 감독에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요구한다. 박혁순 코치는 P급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가 아니다.
서울은 지난 7월 최용수 감독 사임 뒤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수개월이 흘렀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다. 일각에서 '독일 출신 감독을 눈여겨 보고 있다', '아시아 무대 지도 경험이 있는 지도자와 접촉했다' 등의 설만 가득했다. 감독 루머만 꼽아도 다섯 손가락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관심을 갖고 지켜본 지도자 이름도 공개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서울은 '검증된 카드'를 통해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서울과 아놀드 감독은 세부 내용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막판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에는 박진섭 광주FC 감독의 이름이 퍼져 나왔다. 광주 구단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현재 광주는 박진섭 감독과 2021년 12월 31일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양측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구단은 박 감독의 거취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적극 부인했다. 박 감독 역시 "광주와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고 지난 3년간 함께 이뤄낸 것과 구단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일은 구단과의 신의가 우선"이라고 전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관심을 두고 알아보는 단계다. '낙점' 혹은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것은 거리가 있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타이밍도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지쳐가고 있다. SNS를 통해 '누가 감독하러 이 구단에 오고 싶을까', '감독 선임 과정에서 비판 받을 행동만 한다' 등 푸념했다. 서울을 응원하는 '수호신'은 구단의 소통부재에 '끝내 최악의 결과로 치닫게 됐습니다'라고 성명서를 냈다.
산으로 흘러가는 서울의 2020년. 한 축구 원로는 "서울이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이은 불명예. 하지만 서울의 답답한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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