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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온 홍철 "대표팀 들어온 기분, '나를 아는' 감독님과 첫 리그 우승!"[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7-02 06:00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울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마치 대표팀에 들어온 기분이네요."

7월의 첫 날, 울산 현대가 '수원 삼성 왼쪽 풀백' 홍 철(30) 영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이청용 영입 당시, '영혼까지 끌어모아 더는 힘들다'던 울산이 7월 '없는 영혼까지 불러모아' 리그 최강 국대 풀백을 품었다.

이날 점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울산 현대 푸른 유니폼을 입고 울산식 '옷피셜'을 막 찍고 돌아온 홍 철을 울산 클럽하우스의 새 동료들이 격하게 반겼다. 이근호, 박주호, 이청용, 고명진, 조현우, 정승현, 김기희 등 국대 선후배, 신진호, 김성준, 윤빛가람, 김태환 등 성남 일화, 상주 상무 전직장 동료 등 대다수가 낯익은 인연들이다. '따로 적응이 필요없을 것같다'는 말에 "마치 대표팀에 소집돼 들어온 기분"이라며 싱긋 웃었다. '폭풍왼발 전학생' 홍 철의 가세로, '울산 국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채워졌다.


▶프로 11년차, 서른에 새 도전을 결심하다

1990년생 국대 풀백 홍 철은 2013년 이후 수원을 대표해온 에이스다. 11시즌 프로 생활 중 7시즌 반, 통산 272경기 중 145경기를 수원에서 뛴 홍 철 역시 수원을 향한 마음은 누구보다 각별했다. 2라운드 울산전에서 발목을 다친 후 재활이 끝날 무렵 울산행이 결정됐다. 하필 코로나19 무관중 시기에 수원 팬들과 갑작스런 이별을 맞았다. 홍 철은 "팬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와 더 죄송하다"면서 "수원은 내 20대 청춘의 모든 것을 바친 곳이다. 수원 팬들의 사랑을 평생 가슴에 간직할 것이다. 선수로서 최고의 팬들 앞에서 뛸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영광이었다"며 마음을 전했다.

지난 8년간 사랑한 수원과의 이별을 택한 이유는 확고했다. "수원에서 오래 있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젊은데 선수로서 더 도전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시점에 제안이 들어왔다. 수원이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축구를 위해서 더 발전하고 싶어서 도전을 택했다."

수원에서 7시즌 반동안 '대체불가' 왼쪽 풀백이었던 홍 철은 '초호화군단' 울산에서 험난한 경쟁을 자청했다. '국대 베테랑 선배' 박주호, '영건 후배' 설영우, 호주 국대' 데이비슨과 경쟁한다. 홍 철은 "수원에 8년 있으면서 경쟁자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3~4년 똑같다면, 안주하게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박)주호형, (설)영우와 경쟁하는 건 맞지만, 나는 서로 함께 함으로써 나오게 될 시너지를 더 크게 생각하고 있다. 주호형은 경험도 많고 나보다 더 좋은 선수다. 내가 뛰게 되면 하프타임에 형에게 물어보고 상의하고 싶다. 주호형이 뛰게 되면 '오직 응원'뿐이다. 주호형이 빠지고 저와 영우가 뛰게 되면 내가 영우에게 주호형 역할을 해주고 싶다. 왼쪽에서 우리 3명이 강해지면 우리 팀이 강해진다. 경쟁 속에 모두 함께 강해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호형은 경험도 많고, 힘도 세고, 체력도 좋다. 설영우는 오른쪽, 왼쪽 다 서고 빠르고 볼도 잘 찬다. 나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며 웃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했다.


▶김도훈 감독님과 리그 첫 우승하고 싶다


도전이 절실했던 시기, 홍 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울산을 택했다. "다른 팀의 제안이 왔다 해도 울산을 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은 K리그에서 우승한 지 15년 됐다. 나는 프로생활 11년동안 리그에선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울산은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고, 나는 우승에 도전하는 선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도훈 감독의 존재' 역시 울산을 택한,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성남 유스' 풍생중고 출신 홍 철은 2010년 성남 일화에서 데뷔했다. 그해 김도훈 감독(당시 수석코치)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1년엔 FA컵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2013년 성남을 떠난 김 감독도, 홍 철도 이후 FA컵 우승, 리그 준우승은 경험해봤지만, 리그 우승의 꿈만은 여전히 이루지 못했다.

김 감독과 7년만의 재회에 대해 홍 철은 "성남 시절 나는 쌩쌩하고, 돌도 씹어먹을 나이였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며 웃었다. "지난 7년간 선수로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는 앞뒤 옆도 볼 수 있게 됐다. 어릴 땐 나만 잘하면 됐었는데 이젠 옆 동료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팀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도 지난 7년간 계속 발전해오셨다. 좋은 시기에 좋은 구단에서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김 감독님과 함께 올해 울산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서른 살의 울산 현대 유니폼, 축구인생 세 번째 이적의 의미를 묻자 홍 철은 "제2의 전성기"라고 즉답했다. "더 잘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울산은 '준우승'도 안되는 팀이다. 팬들이 원하는 바를 안다. 시즌이 끝났을 때 팬들께 꼭 좋은 소식을 안겨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울산 호랑이' 로고 옆에 서기가 무섭게 홍 철이 "호랑이 발톱 포즈요?" 한다. 인터뷰를 마치기가 무섭게 "(신)진호형이랑 볼을 차기로 했다"며 축구화부터 찾았다. '왼발의 홍 철'이 폭풍적응을 예고했다. 울산은 15년만의 우승 도전에 최강 옵션을 장착했다. "강팀일수록 상대가 내려선다. 그럴 땐 크로스가 정답이다. 주니오, 비욘 존슨처럼 좋은 공격수들이 많으니, 내 장점을 발휘할 기회도 많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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