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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쿵, 쿵, 골!'
이날 경기 역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만원관중'을 자랑하던 대팍의 게이트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나 대팍 근처는 왠지 모르게 활기가 돌았다.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삼삼오오 모인 팬들 덕분이었다.
하나둘 모인 팬들은 대팍 외부의 카페 및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축구를 즐겼다. 사회적 거리 두기 규범 준수를 위해 널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지만, 이들의 시선은 식당 내부 스크린에 꽂혀 있었다. 한 남성 팬은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경기장에서 '직관' 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축구를 보고 싶었다. 식당에 스크린이 설치 돼 있어서 저녁을 먹으며 경기를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집계 결과 대구는 지난해 평균 1만734명(총20만3942명)의 팬을 끌어 모았다. 총 관중 수익 22억2325만9550원, 객단가(관객 1인당 입장수입)는 1만412원으로 집계됐다. 경기당 관중 수익만 1억원이 넘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웬만한 수도권 구단을 압도하는 수치다.
팬과 함께 숨 쉬는 축구장. 단순히 '축구'만 담지 않는다. 시민들의 생활도 담고 있다. 마트는 물론이고 카페, 음식점 등 각종 식당이 입점한 덕분이다. 축구가 없는 날에도, 무관중에도 팬들이 대팍을 찾아 축구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이유다.
구단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구는 올 시즌 '안방에 대팍 배송' 이벤트를 통해 팬들에게 집관 티켓을 전달했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편파중계를 진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착한 S존'이다. 대구는 올 시즌 인형을 기부하는 착한 S석 응원을 진행하고 있다. 팬들이 대구 온라인몰에서 착한 S석 응원을 결제하면 마스코트 인형이 경기 당일 S석에 앉게 된다. 인형은 유관중 경기로 전환될 시 지역 아동 단체에 기부된다.
대구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첫 경기에서 착한 S존을 선보였다. 첫 경기에서는 마스코트 인형(리카, 빅토)이 팬들을 대신해 착석, 축구의 개막을 축하했다. 이후에는 슬로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상주 상무와의 대결에서는 '덕분에' 글씨로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FC서울전에서는 호국보훈의 달 의미를 더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새겼다. 수원전에서는 세징야의 40(골)-40(도움) 클럽 가입을 기원하며 '44-39'를 만들었다. 이날 세징야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때마다 슬로건을 바꿨다. 경기 뒤 메시지는 '46-39'였다.
대팍은 팬들과의 호흡을 위해 건설 단계부터 고민을 거듭했다. 지붕이 대표적인 예다. 조광래 사장은 건설비 상승으로 반대하던 시를 설득해 대팍에 지붕을 세웠다. 지붕 덕에 팬들은 빗속에서도 축구를 즐기게 됐다. 소음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아 분위기를 그라운드에 집중시킨다.
스포츠를 넘어 시민의 생활을 설계하는 대구의 축구는 시민구단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보면 경기장에서 팬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이 전해진다. 경기장 밖에서도 축구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팀도 그런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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