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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풀리는 부산, '지옥행군'지났더니 '비운, 너마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6-08 06:01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첫 승, 정말 힘들다."

부산 조덕제 감독은 6일 상주와의 K리그1 5라운드를 마친 뒤 이렇게 탄식했다.

짧은 이 한 마디가 부산 선수단과 부산팬들의 현재 속마음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것이라, 잘 버텨오다가 예상 밖 비운에 막힌 것이라 더욱 그렇다.

5년 만에 K리그1에 복귀한 부산은 그동안 승리를 하지 못하면서도 실망스럽다는 비판을 많이 듣지는 않았다.

1부리그 첫 경기의 부담감이 확연하게 드러났던 포항과의 1라운드(0대2 패)를 제외하고 전북, 울산 등 우승 후보를 연달아 만나면서도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라운드 전북전(1대2 패)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들었고 3라운드 울산전(1대1 무)에서는 '닥공축구'로 맞불을 놓는 배짱으로 한층 재미있는 축구를 선사했다.

올 시즌 순위로 볼 때 그나마 해 볼만한 상대라 여겼던 4라운드 수원전(0대0 무) 역시 쉽지 않았다. 전통의 명문, FA컵 우승팀인 수원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1승이 절실했던 수원이 전북, 울산과는 다른 색깔의 축구를 구사했기에 역습 '한방'에 당하지 않고 실점없이 버틴 것만으로도 평균점을 줄 만했다.

혹독한 단련 과정을 거쳤으니 결과를 기대했던 5라운드 상주전. 부산에겐 복병이 있었다. '비운'이다. 그동안 '희망가'를 불러왔기에 두드러지지 않아서 그렇지 '비운'은 사실 부산을 보이지 않게 따라다녔다.


전북과의 2라운드에서 종료 직전 '극장 역전골'이 그랬고, 울산과의 페널티킥 동점골 허용도 땅을 치게 만들었다. 울산전 후반 33분에 나온 부산 수비수 강민수의 핸드볼 파울은 '페널티킥 휘슬을 불어도 그만, 안불어도 그만'인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힘겹게 버텨왔던 부산이 상주전에서 너무 큰 비운에 좌절했다. 골감각을 되찾은 에이스 이정협이 전반 29분 페널티킥을 유도해 1-0으로 앞선 것까지는 좋았다.

후반에 강도를 높인 상주의 공세에 다소 밀렸지만 꾸역꾸역 첫 승의 꿈을 이룰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게 웬걸. 후반 22분 보기 드문 실책이 나왔다. 부산의 페널티지역으로 상주의 평범한 롱볼 패스가 떨어졌다. 이른바 '죽은 패스'로 부산 골키퍼 김정호가 간단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고, 패스를 받기 위해 쇄도하던 상주 문선민도 별 기대없이 골키퍼 압박 동작만 취하려던 중이었다.

그러나 김정호는 공과 자신의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채 넘어지며 공을 잡으려다가 놓치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문선민이 잽싸게 낚아채 주인없는 골문을 열었다.

22세 유스팀 출신 김정호는 시즌 초반 주전 수문장을 찾지 못했던 부산에 단비를 뿌려준 '깜짝 희망'이었다. 하지만 경험 부족이 몰고 온 실책으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래도 부산은 다시 희망을 찾는다. 웬만한 힘든 상대 다 겪어봤고, 최악의 '비운'도 거쳤기 때문이다.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때임을 기대하는 것이다.

조 감독은 상주전 이후 인터뷰에서 "실수는 모든 선수들이 한다. 김정호는 오늘 경기로 한 단계 더 성장했을 것이다.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면 '비운'도 '행운'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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