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청용 주연 울산 복수혈전, 명장면7 총정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6-08 06:01


K리그 최고의 명품더비, 165번째 동해안 더비는 울산의 완벽한 복수로 끝났다. 울산은 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에서 포항에 4대0 대승을 거뒀다. 이청용 주연의 K리그 블록버스터, '복수혈전'이라 명명할 만한 이날 동해안더비 7가지 명장면을 정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이청용 10년 10개월 18일만의 복귀골

큰 선수는 큰 무대에서 빛난다. 이청용이 울산 유니폼을 입은 첫해, 첫 동해안 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26분 주니오의 헤더가 골대를 강타한 직후 이청용이 질풍처럼 쇄도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2009년 7월 19일 서울-강원전 골 이후 무려 10년 10개월 18일만에 골맛을 봤다. 한 골로 만족하지 않았다. 전반 36분 눈부신 개인기가 빛났다. 특유의 드리블로 상대 태클을 사뿐히 피해 낮고 빠른 왼발 슈팅으로 또 한번 포항의 골문을 열었다. 2008년 7월 19일 전북 현대전 멀티골 이후 11년 10개월 18일 만의 K리그 두 번째 멀티골이었다. 해트트릭도 기대될 만큼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던 후반 11분, 가슴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이청용이 포항 최영준과 충돌해 쓰러졌다. 오른무릎을 잡고 주저앉으며 후반 14분 이동경과 교체됐다. 7일 정밀검사 결과 단순타박상으로 알려졌다. 다행이다.


김도훈 감독의 완벽한 복수혈전

울산은 지난해 12월 1일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1대4로 패하며 다득점 1골 차로 다잡은 우승컵을 놓쳤다. '수장' 김도훈 감독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겨우내 칩거하며 패인을 곱씹었다. 이날 포항전은 어쩌면 선수들보다 지도자 김도훈에게 더욱 간절한 한판승부였다. 이청용의 멀티골, 김인성의 쐐기골 장면에서 김 감독은 두 팔을 들어올리며 뜨겁게 환호했다. 4대0 완승 후 미디어 인터뷰를 위해 메모까지 했다. 라커룸에서 "함성 한번 시원하게 내지르고 가자"고 제안한 것 역시 김 감독이다. "그날 우리 팀에 있었던 모든 선수, 팬들을 위해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징크스, 트라우마를 훌훌 날린 채 원정 라커룸이 떠나갈 듯 뜨겁게 포효했다.


역대 최다골차 승리

4대0은 1984년 이래 165번의 동해안더비 사상 최다 점수차 타이 기록이다. 4년전엔 울산이 0대4로 패했다. 2016년 6월 29일 윤정환 감독 시절 포항 스틸야드에서 0대4로 완패해 성난 팬들이 울산행 선수단 버스를 막아섰던 악몽을 떨쳤다. 이날 동해안더비에 나선 김태환 김인성은 이날을 기억한다. '투사' 김태환이 4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한 골을 더 넣어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독려한 이유다.




김인성 '1588, 이젠 나 알겠지?'

포항전 아침 '승부사' 김인성은 포항의 도발 영상에 제대로 열받았다. '1588, 두유노 인성킴'이란 타이틀의 영상엔 포항 외국인 공격수 '1588'이 줄줄이 등장했다. '1588'은 올 시즌 포항의 공격라인을 책임지는 '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 등 4명의 이름 첫글자를 딴 재치만점 별명. 한 인터뷰에서 김인성이 "1588? 그게 뭐예요?"라고 질문한 것이 전쟁의 서막이었다. 포항이 '1588' 4명에게 일일이 "두유 노(Do you know) 인성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1588은 일제히 "몰라, 그게 누군데?"를 외쳤다. "김인성이 우릴 모른다고? 우리 때문에 챔피언 못한 건데, 꿈꿀 때도 우리 생각 날 텐데"라며 속을 긁었다. 상대 도발에 전투력 급상승한 김인성은 2-0으로 앞서던 포항전 후반 29분, 기어이 골맛을 봤고, 작정한듯 자신의 등번호 7번을 가리켰다. "1588, 이젠 내가 누군지 알겠지? 잘 알아둬"란 뜻의 세리머니라고 했다.


'아기호랑이 풀백' 설영우의 발견

광주전, 왼쪽 풀백 데이비슨이 고전한 후 김도훈 감독은 깜짝 카드를 빼들었다. 김기동 감독조차 "설영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으니 허를 찌른 반전카드임엔 틀림없다. 올 시즌 입단한 울산 유스 출신 1998년생 설영우가 동기들 중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상헌 박정인 등 주로 공격라인에서 U-22 이하 카드를 활용해온 김 감독이 회심의 카드를 빼들었고, '동해안 더비' 데뷔전에서 패기만만하게 자신의 몫을 해냈다. 김 감독은 "준비된 선수, 배짱 있는 선수다. 첫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자신의 역할을 다해줬다. 머리가 좋고 기본기가 잘돼 있다. 잘해줄 거라 믿었다"고 했다.

박주호가 돌아왔다

'왼쪽 풀백' 설영우가 다리경련을 호소하면서 후반 35분 '건나블리 아부지' 박주호가 올 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비욘 존슨을 준비하던 벤치가 급박하게 카드를 바꿨다. 박주호는 4분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반 39분 왼쪽 측면에서 박스까지 쇄도하며 슈팅을 날렸고 골키퍼가 걷어낸 세컨드볼이 주니오의 4번째 골로 연결됐다. 사실상의 어시스트. 김 감독은 "박주호는 피로골절이 완전히 회복됐다. 훈련장에서부터 공격적인 모습이 좋았다. 그 모습이 그대로 경기장에서 나왔다"며 흐뭇해 했다.

'모친상' 명재용 코치 위해…

포항전 대승 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명재용 수석코치를 기억했다. 동해안더비를 이틀 앞둔 4일 어머니를 잃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도 선수들도 조문하지 못했다. '절대 승리'로 명 코치를 위로하자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명 코치가 모친상으로 힘든 상황에도 팀 걱정을 계속했다. 우리는 승리만이 명 코치와 가족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승리가 위로가 되길…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