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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승부사' 김기동 감독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6-01 11:04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해 7월이었다.

'에이스' 김승대가 전북으로 이적했다. 김승대는 김기동식 축구의 핵심이었다. 최순호 감독 후임으로 포항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선에 있던 김승대를 전방으로 올리며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효과도 봤다.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뒷공간 침투에 능한 '라인브레이커' 김승대는 점유 대신 속도를 강조한 김기동식 템포 축구의 총아였다. 그런 김승대가 전격적으로 팀을 떠낫다. 김 감독이 "갈비뼈 하나를 잃은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상심이 큰 이적이었다.

위기의 순간 김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명인 최영준을 전북에서 임대로 데려오며 팀 컬러를 바꿨다. 공격적인 이수빈을 과감히 제외하고, 대신 수비력이 좋은 정재용을 최영준의 짝으로 내세웠다. 활동량과 수비력을 갖춘 두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내세우며 후방을 안정적으로 하는 축구로 변신했다. 승부수는 완벽히 적중했다. 포항은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마지막 12경기에서 8승3무1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4위까지 올랐다. 마지막 울산의 우승을 막은 것도 포항이었다.

순항하던 올 시즌 5월,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주전 좌우풀백 심상민 김용환이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좌우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포항은 뒤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심상민 김용환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시즌 중 상주행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이른 입대에 김 감독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김상원 권완규 등이 있지만, 공수는 물론 빌드업까지 가능한 심상민 김용환의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대안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또 다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과감한 전술변화로 해법을 찾았다. 기존의 포백을 버리고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측면 공격을 강조하는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수비를 강화한, 그야말로 '묘수'였다. 김 감독은 김상원과 심동운을 좌우에 배치했다. 김상원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가 약하고, 심동운은 아예 전문 윙어 출신이다. 김 감독은 이들을 활용해 기존에 하던데로 측면을 집중 공략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스리백으로 메웠다. 기존의 김광석 하창래에 전민광을 넣어 수비벽을 두텁게 했다.

김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2경기 무승, 그리고 군입대로 인한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라는 악재 속 포항은 5월 31일 인천에 4대1 대승을 거뒀다.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귀중한 승리였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 감독은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포항에서 현역 마침표를 찍은 김 감독은 U-23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올림픽, 포항까지 코치로만 6년의 세월을 보냈다.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2-0으로 이기다 2대3으로 역전패를 해보기도 하고, 강등권까지 갔다가 살아남기도 했다. 지난 시즌 강원전에서는 4-0으로 앞서다 4대5로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아무리 기록의 사나이라지만, 별 경험을 다해봤다"고 웃을 정도.


다시 전열을 정비한 포항은 올 시즌 목표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누구보다 현실적이지만, 누구보다 냉정하고, 누구보다 영리한 '승부사' 김기동 감독이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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