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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찬 인터뷰]'홍시포드' 보다 '홍다마'가 좋은 '무서운 10대' 홍시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5-26 14:34 | 최종수정 2020-05-27 05:3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시포드? 홍다마!"

통통 튀는 '겁없는 신예'가 등장했다. 절대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플레이부터 거침없는 인터뷰까지, '스타부재' K리그가 반가워할 '걸물'이다. 나이는 19세, '깡레벨'은 99, '홍시포드' 아니 '홍다마' 홍시후(성남)다.

홍시후는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고졸' 신인이다. 광주와의 개막전부터 기회를 얻은 홍시후는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며, 초반 3경기에 모두 나섰다. 23일 강원전에서는 선발로 출전, 강원의 신광훈 임채민 등 선배스타들에 맞서 멋진 플레이를 펼쳤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6번의 슈팅을 날리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팬들은 같은 10대의 나이에 데뷔해,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마커스 래시포드(맨유)와 유사하다며 '홍시포드'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정작 홍시후는 다른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범상치 않은 그 답게 취향이 특이했다. 좀처럼 롤모델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는, 울버햄턴의 근육질 윙어 아다마 트라오레다. 홍시후는 스포츠조선의 축구전문방송 '볼만찬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래시포드라는 세계적인 선수와 비교해주셔서 감사하다. 원래 래시포드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며 "하지만 나의 롤모델은 아다마다. 스타일이 비슷해서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웨이트를 많이 한다. 나도 나이 생각하면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 편"이라고 웃었다.

홍시후는 초반 활약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무명'에서 '모두가 눈여겨보는 유망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는 이런 관심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홍시후는 "원래 기사를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친구들이 보내주는 링크를 보면 신기하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포털에서 기사 보고 부러워하고 그런 위치였는데 이제 내 기사가 나온다. 그게 욕이든, 칭찬이든 신기하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홍시후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올해 상문고를 졸업하고 성남 유니폼을 입은 홍시후는 흔한 연령별 대표 한번 거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김남일 신임 감독이 그런 홍시후를 눈여겨 봤다. 김 감독은 "시후를 처음 봤을 때 또래 친구와 달랐다.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보더라. 범상치 않았고, 뭔가 해낼 수 있는 친구임을 느꼈다"고 했다.


고교무대보다 몇 수, 몇 단계나 높은 프로에 입성했지만, 홍시후는 기죽지 않았다. 홍시후는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힘들기는 했는데, 하다보니 '할만 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 5경기 안에는 데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뛸 줄은 몰랐다"고 했다. 기회를 얻고도 주눅들어 실력을 발휘못하는 다른 신인들과 달리, 홍시후는 더 당당했다. 그는 "K리그 스타 선배들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성남 입단 후 가장 만나고 싶은 팀이 전북이라고 말하는 홍시후다. 그는 "전북 같은 강팀과 만나야 내 진짜 실력을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지 않겠나"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김 감독이 말한 '눈 발언'에 대해서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그는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TV로 보던 분이 나와 같은 팀에서, 바로 앞에 계신게 신기해서 그랬다. 너무 잘생기신 것도 있었다"고 웃었다. 홍시후는 "김남일 하면 카리스마, 카리스마 하는데 막상 같은 팀에서 보면 굉장히 착하시다. 자상하고 잘 챙겨주셔서 놀랐다. 진짜 부드러운 분"이라고 했다. 김남일식 전술축구 '빠다볼'의 정체에 대해 묻자 "그건 영업비밀"이라고 센스있게 답했다.


'막내온탑' 홍시후는 팀 내에서도 당당한 막내다. 열다섯살 차이나는 '투톱 파트너' 양동현에게 '형'이라고 한다. 홍시후는 "초반에는 삼촌이라고도 했는데, 형으로 부르는게 편하더라, 삼촌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형이라 한다"고 했다. '든든한 형' 양동현은 홍시후의 큰 버팀목이다. 그는 "동현이형이 우리 팀에서도 베테랑이고, K리그를 통틀어도 베테랑이다. 내가 뭘 안해도 동현이형이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니까 든든하다. 형의 결정력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당당한 그 답게, 올 시즌 목표도 시원시원했다. 홍시후는 "우리가 준비한 전술적인 부분이 경기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같아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 내가 있는 팀이 강등후보로 거론되는게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를 더 악물었다. 우리 목표가 상위스플릿이다. 좋은 흐름 유지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포항, 강원, 대구 모두 무섭지 않다"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공개했다. 홍시후는 "연령별 대표 한번 못해봐서 국가대표가 되는게 목표다. 신인인 만큼 영플레이어상도 노려보고 싶다. 지금처럼 잘 성장해서 유럽도 가보고 싶고, 손흥민 선배의 위치에 오르고 싶기도 하다. 물론 유럽에 가면 아다마가 있는 울버햄턴에 가고 싶다"고 웃었다.

참 당찬 고졸 신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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