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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축구의 진화' 2골 먹으면, 3골 넣는 울산이 닥공이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5-18 10:51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울산 현대가 17일 K리그1 2라운드 수원 원정에서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전 상주전 4대0 대승에 이은 2연승이다. 이날 원정에서 2골을 먼저 내주고 3골을 몰아친 수원전 역전승은 울산에게 상주전 대승보다 어쩌면 더 큰 의미다. 분위기가 중요한 축구에서 2골 차를 뒤집기란 쉽지 않다. 울산도 이런 역전승은 윤정환 감독 시절인 2015년 9월 19일 전남전에서 2골을 내준 후 3골을 몰아치며 이긴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무엇보다 2017시즌 김도훈 감독 부임 이후 이런 승리는 처음이다.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경기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울산 주니오가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5.17/
지난해 울산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다득점 1골 차로 다잡은 우승을 전북에 헌납했다. 승점이 같을 경우 다득점, 득실차 순으로 우승을 결정한다는 원칙에 따랐다. '그날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100골을 먹었어도 2골만 더 넣었으면 우승했을 것'이라는 뼈아픈 우스개는 김도훈 감독에게 쓰디쓴 보약이 됐다. 김 감독은 연말내 칩거하며 절치부심했다. 새해 동계 전지훈련 출사표는 "공격"이었다.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겠다"였다.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경기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울산 윤빛가람.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5.17/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경기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울산 김인성이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5.17/
이날 순식간에 2골을 내준 수원 원정, 반전의 시작은 후반 교체카드였다. 전반 44분 수원 고승범의 원더골에 후반 1분 크르피치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0-2로 밀리던 후반 6분, 김 감독의 선택은 '베테랑' 고명진과 '영건' 원두재였다. 올림픽대표팀의 힘 좋고 기술 좋은 영건,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원볼란치로 두고 수비에 힘을 보태는 한편, 패스마스터 윤빛가람을 과감하게 전진시켰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라인을 한껏 끌어올리고 좌우풀백 데이비슨, 김태환이 양측면에서 거침없이 치고 달렸다. 후반 8분 주니오가 수원 수비진을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고 또다시 후반 15분 김인성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14분만에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무승부에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44분 주니오의 낮고 강한 프리킥이 골망에 꽂히며 3대2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교체 후 위치 및 전술 변화는 비프로11이 제공한 K리그1 전후반 경기분석과 데이터에도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날 울산은 공격지역 패스에서 수원을 압도했다. 공격지역에서 145개의 패스를 시도해 117개가 성공했고, 수원은 75개를 시도해 53개가 성공했다. 이청용, 윤빛가람 등 베테랑들은 파이널서드에서 시종일관 영리하고 간결한 패스로 공격이 길을 열었다. 이청용은 공격지역에서 21개의 패스 중 20개, 윤빛가람은 24개의 패스 중 20개를 성공시켰다. 패스성공률도 클래스가 달랐다. 이청용이 92.2%, 윤빛가람이 91.4%를 기록했다.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경기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울산 이청용.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5.17/
2골 먹으면 3골 넣는 공격축구, 울산 김도훈 축구가 화끈해졌다. 첫 2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다. 1대0, 2대1 소위 '꾸역승'이 많았던 울산은 올시즌 확실히 다르다. 다양한 공격루트,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빠르고 강한 공격축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주니오가 2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렸고, 이상헌, 윤빛가람, 김인성 등 공격라인이 고루 골맛을 봤다. 최전방, 측면, 중앙 어딜 봐도 죽는 공간이 없다. '축구도사' 이청용과 윤빛가람이 좌우, 위아래를 오가며 종횡무진 경기를 풀어내고, 김인성의 '치달' 돌파는 여전히 위력적이며, 발빠른 데이비슨과 김태환은 측면을 지배한다. 지난해 이기는 상황에선 '지키는' 실리축구를 구사하던 울산이 '초호화 멤버'에 걸맞은 '네버스톱' 화수분 공격축구로 변신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수원전 역전승 후 인터뷰에서 '작년과 다른 점'을 묻자 "골을 좀 많이 넣고 있다. 동계훈련 때부터 공격 작업부터 신경을 기울였다"고 했다.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노력이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원샷원킬 원톱' 주니오는 지난 시즌 울산과 올시즌 울산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작년에는 이기다가 분위기가 흔들리면서 비기거나 지는 경기들이 있었다. 올해는 분명 다르다.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있고, 작년보다 멘탈도 강해졌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쳐 있다. 끝까지 지지 않는 힘이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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