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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의 박주호(33)는 K리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국민스타'다. KBS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건나블리(건후+나은+러블리) 아부지'로 지난 연말 방송사가 주는 연예대상도 받았다. 1월 셋째(진우) 출산 역시 뜨거운 화제가 됐다. 3월 말 개설한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는 불과 한 달만에 팔로어 31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K리그 최고 인플루언서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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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3년차 박주호에게 지난 시즌은 아쉬움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왼쪽 풀백에서 특유의 성실하고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3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했다. "많이 기대하고 노력한 만큼 부상이 많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그토록 뜨거웠던 축구 열정이 식었다. "대표팀도 한때 내려놓은 적이 있다. '나보다 더 필요한 선수가 가야 한다'고 미련을 내려놨었다"고 했다. 그 무렵 박주호는 예능, 방송 등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받아들였다. 추억 삼아 시도해본 예능을 통해 큰 사랑을 받으며, 본업인 축구의 소중함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레바논전과 브라질 친선전을 앞두고 박주호는 벤투호의 부름을 받았다. 12월엔 동아시안컵(E-1챔피언십)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1년만에 복귀한 대표팀에서 잠시 잊었던 축구 열정을 되찾았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가니 너무 좋았다. 좋은 자극을 받았다. 나도 몰랐는데 그리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린 선수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열심히 하고 나오니 계속 가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안되면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노력해보자는 것이 내 결론"이라고 했다. "올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시즌"이라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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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는 숭실대 재학중이던 2008년 일본 J리그 2부 미토 홀리호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2009년 가시마 앤틀러스, 2010년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2011년 여름 스위스 바젤과 4년 계약을 했다. 2013~2015년 3시즌을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2015~2017년까지 3시즌을 도르트문트에서 보냈다. 2018년 울산 유니폼을 입은 후 3년째 뛰고 있는 박주호는 축구와 세상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선수다.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책임질 줄 아는 프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내 선택을 믿어주셨다. 아내인 안나도 '당신은 축구선수지만, 한 사람이다. 아이들의 아빠이고 당신만의 인생이 있다'는 조언을 자주 해준다"고 했다. "예전엔 이 시기가 아니면 안되는 것들을 선수라는 이유로 많이 포기했었다. 지금은 프로로서 관리를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 배워보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게 됐다. 나를 위해,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축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박주호는 "축구만 할 때보다 다른 일에 도전하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더 생겼다"고 했다. 박주호는 "나는 어릴 때 축구선수가 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냥 축구가 좋아서 했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되살아나서 더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캡틴 파추호' 채널을 통해 "어린 친구들의 꿈을 찾아주고 실현시켜 주는 큰 그림"을 구상중이다. "우리 가족이 받은 사랑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프로로서 축구, 가족, 삶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 그 다음은 축구다. 축구가 끝날 때까지 아니, 축구가 끝나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축구일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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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8일 지각 개막하는 K리그는 기존 38라운드에서 대폭 축소된 27라운드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베테랑 박주호는 "경기수가 줄어든 만큼 구단간 전력차가 줄어들고. 순위에도 변수가 많을 것이다. 매경기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4년만의 우승을 염원하다 마지막 포항전에서 다득점 1골차로 전북에 역전우승을 내준 울산의 박주호는 말보다 골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박주호는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울산은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팀이다. 지켜봐주시면 알아서 잘할 것이다. 울산엔 압박감을 이겨낼 좋은 선수들이 있고, 울산만의 이겨내는 분위기가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지난해 큰 아픔을 맛봤다. 우리는 무조건 해야 한다. 도전자 입장 같은 얘기는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패를 목표 삼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이청용에 대한 질문에 박주호는 "예전과 그대로다. 옆에서 운동하는 모습만 봐도 탄성이 나온다"면서 "이청용은 이청용이다"라는 명답을 내놨다. 박주호가 가장 기대하는 울산의 22세 이하 선수는 공격수 이상헌이다. "상헌이가 작년에 부상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상헌이가 올해는 날아다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주호의 기대대로 이상헌은 2일 울산시민구단과의 연습경기에서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2대0승리를 이끌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위해 박주호가 클럽하우스에 놓인 2005년 리그 우승 트로피 옆에 섰다. 프로의 세계엔 두 종류의 선수가 있다. '우승을 해본 선수, 우승을 못해본 선수.' 박주호의 축구 커리어를 되짚어보니 '우승컵'이 낯설지 않다. 박주호는 "내가 있었던 리그에서 모두 트로피를 들어봤다. 일본서 2번, 스위스 바젤서 3번, 독일서 1번…. 울산서도 은퇴 전에 꼭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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