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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올림픽 본선 도전사, 세계 최다 연속 출전부터 몰수패까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1-09 11:34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이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23세 이하 대표팀은 태국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나섰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도쿄에 갈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의 올림픽 예선 주요 기록과 뒷이야기를 정리했다.

한국축구는 올림픽 예선과 관련해 기분 좋은 기록을 여러개 갖고 있다. 일단 세계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가 이번 올림픽 예선을 통과해 도쿄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면 연속 출전 기록을 8회에서 9회(1988~2020년)로 늘리게 된다. 한국은 이미 2016년 리우올림픽 참가로 세계 최다 연속 출전 기록(8회)을 세운 바 있다. 한국 다음으로 연속 출전 횟수가 많은 나라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7회 연속 출전 기록을 2회(1912~1948, 1984~2008년) 갖고 있으나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연속 기록이 깨졌다.

전무후무한 전승 무실점 진출 기록도 있다. 김호곤 감독(현 수원FC 단장)이 이끌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대표팀은 예선을 통틀어 8전승 12득점-무실점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특히 이란, 중국, 말레이시아와 맞붙은 최종예선 6경기를 무실점 전승으로 통과한 것은 한국의 월드컵, 세계대회 도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올림픽 예선 최다 득점 기록은 '독수리' 최용수 서울 감독이 갖고 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예선에 참가한 최 감독은 1차 예선에서 8골, 최종예선에서 3골을 터뜨려 총 11골로 역대 올림픽 아시아 예선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최종예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페널티킥 득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된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TV로 중계되는 가운데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페널티킥'이 아닌 "코너킥을 멋지게 골로 넣었다"고 칭찬하자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시청률 최고 기록도 올림픽 예선의 몫이다. 1996년 3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애틀란타 올림픽 최종예선 결승 한-일전은 공중파 TV 3사가 공동 중계했는데 시청률이 무려 70.5%였다. 이 기록은 1991년부터 시작된 시청률 공식 집계 이후 당시까지 국내 모든 TV프로그램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이었다. 국가대표 A매치가 아닌 연령별 대표팀 경기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깨지지 않는 시청률 기록이다.

재밌는 뒷이야기도 많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일본과 맞붙어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김병수 강원 감독)의 발리슛으로 극적인 1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전날 일본 감독으로부터 '한국은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당시 올림픽대표팀의 김삼락 감독은 경기 후 TV로 생중계된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일본은 앞으로 다시는 축구할 생각말고 그냥 야구나 해라!"고 일갈해 축구팬들을 속시원하게 했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은 별도 예선이 없어 참가 신청만 하면 본선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6.25 전쟁 중이었던 당시 이승만 정부에서 '축구는 선수 숫자가 많은 단체 종목이라 경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아 결국 참가를 포기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과 대결하여 이기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원래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었으나 당시까지는 일본팀의 한국방문을 우리 정부에서 허용하지 않아 일본 도쿄에서 두 차례 경기가 열렸다. 1차전에서는 0대2로 패하고 2차전에서는 2대0으로 승리해 무승부가 됐다. 그때는 승부차기 제도가 없었던 때라 규정에 따라 추첨을 했다. 하지만 주장 선수가 제비를 잘못 뽑는 바람에 결국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는 대만과 마지막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2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몰수패를 당해 본선행이 좌절됐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과 4승 1무로 동률을 이루었으나 골득실차에서 밀려(일본 22, 한국 12)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일본과 3-3으로 비긴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김기복(현 실업축구연맹 회장)의 중거리 슛이 골대를 맞지 않고 성공했더라면 한국은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한국을 제치고 멕시코 올림픽 본선에 참가한 일본이 동메달을 따내면서 축구계를 더욱 속쓰리게 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아시아 예선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렸다. 그 무렵 아시아 최강이던 말레이시아와 대결이 본선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경기였다. 이회택, 박이천, 김 호, 김정남 등이 주축이 된 한국은 전후반 내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으나 비가 오는 그라운드 때문에 번번이 찬스를 놓쳤다. 결국 후반 말레이시아 아마드 선수에게 결승골을 허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마도 빗물이겠지'라는 노래가 당시 유행했는데, 아마드가 빗속에서 골을 넣는 바람에 축구팬들은 이 노래를 허탈하게 부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한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예선 때도 수중전으로 벌어진 경기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201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결승은 한-일전으로 펼쳐졌다. 한국은 권창훈, 진성욱이 골을 터뜨린 가운데, 후반 20분까지 완벽한 경기력으로 일본을 압도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까지 두세 골은 더 넣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세 골을 연속으로 허용하면서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역대 한일전 역사상 두 골을 먼저 넣은 뒤에 역전패를 당한 것은 이 경기가 유일하다. 1993년 월드컵 최종예선 '도하의 기적'이 완전히 정반대가 된 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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