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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프랑스여자월드컵 3전패. 2020년 인도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진출 실패….
정 회장은 "선수들의 투지만으로 기적을 바라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지난 프랑스여자월드컵을 보면 세계 여자 축구가 얼마나 빨리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세계 여자 축구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아시아 팀들은 16강에서 모두 탈락했다. 세계 여자 축구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암울한 현실이다. KFA는 여자축구 경기력 증대, 여자축구 등록 인구수 증가, 여자 축구 저변 확대를 목표로 삼고 발전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목표를 실행할 중심축이 약하다. KFA는 2015년 여자축구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범했던 전담팀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현재 KFA에 여자축구 전담조직은 전무하다. 한국여자축구연맹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직원도 국장을 포함해 총 5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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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도 싸늘했다. 박주미 KBS 기자는 "지난 2010년 이후 방향 설정이 잘못됐던 것 같다. 클럽형 시스템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성적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의도치 않은 문제도 발생했다. 의지도, 추진력도, 돈도 있었지만 방향이 잘못돼 황금 시기를 놓친 것 같다. 8~9년 동안 여자 축구의 위기감을 제대로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말 그대로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는 '통'자형 구조다. 12세 이하 등록 선수가 395명, 성인리그 등록 선수가 221명이다.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삼각형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여자 축구는 그들만의 스포츠로 추락하고 있다. 자연스레 여자 축구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성문정 스포츠체육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사람이 바뀌면 정책이 또 바뀐다. 단발성 계획은 의미가 없다.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엘리트가 아닌 생활축구 저변 확대로 여학생 축구 클럽을 통해 가능성 발견한 것이다. 일반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 수도 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부장은 "생활체육의 3대 요소는 체육시설, 프로그램, 지도자다. 우리나라 여자축구 현실을 봤을 때는 체육시설은 충분하지 않다. 남자 지도자는 많지만 여자 지도자는 충분하지 않다. 적합한 프로그램이 있냐고도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자 축구에 있어서 만큼은 엘리트와 생활체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깨고 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채재성 동국대 교수는 "교육적, 산업적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비단 축구 하나만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야 한다. 더 넓은 관점에서 생활체육 진흥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미연 보은 상무 감독은 "여자 대표팀을 수준에 따라 A팀과 B팀으로 나눠 운영했으면 좋겠다. 대학 선수들에게도 대표 선수가 될 가능성을 줬으면 좋겠다. 이들의 합동 훈련을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연령대별 선수들도 제한된 훈련 일수가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훈련을 통해 메이저대회에 출전한다. 이웃 나라인 중국만 봐도 10개월 동안 훈련해서 경기에 나선다. 대표 선수 뿐만 아니라 후보 선수들도 함께 한다. 세계적인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 일수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대표 전가을은 "선수들은 늘 자신을 탓한다. 나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13년을 버텼다. 하지만 국내에서 A매치 네 차례 했다.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꿈을 꾼다고 생각한다. 여자 축구도 A매치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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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 발전을 위한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계획으로 '타임 포 액션(Time for Action)'을 실행 중이다. 일종의 여성 축구의 부흥 프로젝트. 여성들의 축구 참여를 늘리고, 이들을 위한 게임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책을 바꾸고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나아가 상업 가치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심포지엄에 나선 UEFA 폴리 반크로프트 여자축구 정책 담당은 "환경을 바꿔 여성들이 계속해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관점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UEFA의 타깃층은 유소녀다. 반크로프트는 "축구를 하는 유소녀 수를 2배로 증가시킬 것이다. 우리는 축구 인구 250만명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어린 나이에 축구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버넌스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표준 계약이 나아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는 여자 축구의 상업화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UEFA 마케팅 팀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UEFA는 벨기에, 노르웨이, 세르비아 등 6개 국가에서 플레이 메이커(Play Makers)를 파일럿으로 실행했다. 단순히 6대6 플레이를 고집하지 않고, 과정과 관계에 더욱 집중했다. 유럽 개별 국가들도 응답했다. 북부 아일랜드의 슈팅스타(Shooting star)는 4~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내 교육 위주로 진행된다. 덴마크에서는 로켓걸(rocker girl)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핵심은 소녀들이 놀면서 축구의 기본기를 배우는 것이다.
반크로프트는 "모든 여자가 축구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란 남녀노소를 불문한 것이다. 매우 큰 프로젝트다. 지난 몇 주 동안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야망이 없다면 아무 목표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반짝이는 서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액션을 취할 때"라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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