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솔직히 극과 극을 오간 하루였어요."
사실 이 경기는 심동운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2015년부터 강철 군단, 스틸러스의 일원이 된 심동운은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다 지난 해 군 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에 입단했다. 2년 간의 상주 생활을 마치고 지난 17일 제대한 심동운이 처음으로 나선 친정팀 복귀전이었다. 21일 홈 서울전 때는 대기 명단에 있었지만, 벤치에서만 동료들을 응원했다. 출전할 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24일 경기에서는 심동운의 힘이 꼭 필요했다. 경기 전 포항 김기동 감독은 "완델손에 대한 집중 마크가 예상되는데, 그러면 다른 쪽에서 기회가 날 수 있다. 심동운이 중앙에서 그 기회를 잘 살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재능이 많고, 순간적인 움직임이 엄청나게 빠른 선수"라며 심동운의 역할에 큰 기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심동운은 사실 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극심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의욕은 넘치지만 전역을 앞두고 실전에 나가지 않은 지 한 달 정도 되는 것 같다. 훈련하면서 컨디션 조절만 해서 힘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진짜 죽다 살아났다. 정말 힘든 경기였다"면서 "솔직히 극과 극을 오간 하루였다"고 말했다.
심동운이 이처럼 '비교체험 극과 극'을 홀로 경험한 이유는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오늘 심리적인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또 선발로는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기였다. 부담감이 컸고, 두렵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있는 힘을 다 짜내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심동운은 "걱정만 할 수는 없었다. 그냥 죽기 살기로 공만 보고 뛰었다"면서 "상주 동료였던 윤빛가람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상대로 만났을 때 매우 위협적인 선수인데, 감독님이 나에게 책임지고 잡으라는 지시를 했다. 그래서 내가 더 많이 뛴다는 생각으로 '지구 끝까지' 쫓아갔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결국 경기는 포항의 승리로 마감됐다. 심동운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오늘을 계기로 더욱 자신감을 얻게된 것 같다. 전역하고 보니 포항은 여전히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는 팀이었다. 그간 왜 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태라면 충분히 상위 스플릿 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면서 "다음에는 골을 넣고 인터뷰를 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놨다. 에너지 넘치는 심동운의 합류로 포항이 막판 스플릿 경쟁에 큰 힘을 얻게된 듯 하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