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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축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경기인들이 나섰다.
조긍연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을 중심으로 시도협회 각 지역별 대표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21일 천안에서 모여 실무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실무위원회에서는 5시간 이상 진행된 마라톤 회의를 통해 '초등학교 축구 성적 폐지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초등 리그는 당장 성적을 폐지하고, 대회는 유예기간을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부 진통이 있었지만 각 지역별 대표 지도자들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은 23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KFA) 대의원회에서 안건으로 올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는, 이를 지켜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위기였다. 학원축구의 수준은 갈수록 떨어졌다. '팀' 축구로 성적을 냈지만, 개개인의 능력만 놓고보면 암울했다. 결론은 풀뿌리인 U-12, 초등학교 축구의 변화였다. 밑에서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됐다. 시작부터 확실히 기술을 다지지 못하고, 성장한 결과는 뻔했다. U-12, 15까지는 해볼만 했지만, U-18 이상으로 가면 격차가 커졌다. 당장 일본과 비교해도 그랬다.
물론 최근 KFA는 초등 리그에 8대8 축구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빌드업을 통한 기술향상을 위해 도입된 8대8 축구에서 롱패스와 크로스가 난무했다. 오랜 병폐인 '성적지상주의'의 악령이 여전히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악순환이었다. 결국 결론은 '성적 폐지'였다.
조 위원장을 중심으로 경기인들이 나섰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팀 성적이 좋은 지도자들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고 했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미래'를 강조하자 반대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초등학교 축구부터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한국축구 전체의 기술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모두가 공감했다.
조 위원장은 "그간 한국축구 선수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 했다. 대표급 선수들 조차 모험적인 빌드업을 하지 못했다. 유스 시절부터 성적을 강조하다보니 도전과 모험 대신 안정된 플레이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훈련 역시 이기는 방법에만 집중돼 있다. 유스 시절에는 지도자나 선수 모두 더 자유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10번을 시도 하다 처음에는 1번, 나중에는 5~6번 성공하면 그게 장점이 된다. 성적이 없으면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성적 폐지'만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일단 '성적 폐지'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한 후 기술국을 중심으로 지도자 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기본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법 등을 기술국이 갖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일선 지도자에 배포할 계획이다. 실무위원회는 향후 중학교 리그까지 성적 폐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 공은 대의원으로 넘어갔다. 23일 열리는 KFA 대의원회 회의 결과를 통해 경기인들이 한 목소리를 낸 이번 안건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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