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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최인철 감독의 진심"리그 10회 우승보다 여자축구 발전을 원한다"[기자회견 현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9-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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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신문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그때나 지금이나 내 꿈은 오직 여자축구의 발전뿐이다."

최인철 여자축구 A대표팀 신임 감독이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여자축구를 향한 깊은 애정과 미래를 향한 강력한 희망을 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프랑스여자월드컵 직후 윤덕여 전 A대표팀 감독이 사의를 표한 이후 약 두 달만인 지난달 29일 최인철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 2년 뒤 성과 평가 후 다음 월드컵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예정이다.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절대 1강' 인천 현대제철의 사령탑인 최 감독은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끈 직후 2010~2011년 여자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이끌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전을 치른 바 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제철 감독을 맡아 2013~2018년까지 WK리그 통합 6연패 위업을 이뤘다. 올시즌도 20경기 무패(18승2무)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예약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은 첫 대표팀 감독이 됐던 9년 전을 떠올렸다. "2010년 U-20 월드컵 3위 후 바로 A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지금보다 젊었고 패기 넘쳤지만 경험적인 면이 부족했다.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전 이후 사임했다. 전술적인 운영, 소통을 더 잘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8년이 지나 더 성숙해졌다. 선수들과의 신뢰, 전술면에서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때도 지금도 내 꿈은 여자축구 발전뿐이다. 그때 함께 했던 선수들이 어느덧 '노장'이 됐다. 감회가 새롭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자세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WK리그 현대제철 지휘봉을 잡은 이후 6회 연속 통합우승 역사를 썼다. 올해도 20경기 무패(18승2무)로 7연패를 예약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시즌 중 고민끝에 대표팀 사령탑 중책을 수락했다. 최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현대제철에서 8년간 일했다. 우승도 많이 했고, 우여곡절도 있었다. 10년 우승보다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스스로 또 한번 성장, 발전하기 위해 도전했다. 김판곤 위원장님 등 축구협회와 철학을 공유하면서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내 철학은 오직 하나다. '여자축구를 위해서'다. 인천 현대제철 구단과 구단주님과 '시즌중 혹시라도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구단에서도 '최 감독 의견을 존중한다'며 공감해주셔서 결정할 수 있었다. 시즌중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허락해주신 현대제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15년 캐나다월드컵, 2019년 프랑스월드컵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2015년엔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2019년 대회에선 유럽, 북중미 선수들이 기술뿐 아니라 전술, 체력, 스피드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남자같은 기술과 스피드에 상당히 놀랐다. 하이스피드 러닝이 GPS 지표로 봐도 경기당 18~20km가 나온다. 한국도 발전했지만 유럽쪽이 더 발전했다. 파워와 하이스피드 러닝을 개선하고 움직이고 템포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 제주도에서 열리게 될 올림픽 최종예선에 반색했다. 한번도 올림픽과 연을 맺지 못한 한국 여자축구가 국내에서 사상 첫 출전권에 도전한다. 최 감독은 "여자축구의 경우 올림픽 최종 예선전이 자국에서 열린 적이 없었다. 감독으로서 부담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기회다. 안방에서 많은 팬들의 응원을 통해 우리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다. 문화적, 음식적, 환경적인 면에서 좋은 환경에서 경기하게 됐다. 사상 첫 올림픽 티켓 도전에 있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선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있게 오갔다. 최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시사했다. "내년 2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기존의 베테랑 선수를 모두 배제하고 신인선수로 모두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하다. 조정은 있겠지만 전면적인 세대교체는 어렵다"고 했다. "올림픽 예선전을 처음으로 국내(제주도)에서 한다. 저도 간절하고, 선수, 협회, 국민들도 올림픽 진출을 원한다. 경험 있는 선수들과의 융합이 중요하다. 완전한 세대교체는 올림픽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선수층이 엷다. A대표팀도 중요하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소규모 상비군 개념을 갖고 움직일 것이다. A대표팀뿐 아니라 언제든 받쳐줄 수 있는 재능 있는 선수들, 상비군 개념의 B대표팀을 연계하자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WK리그 에이스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해외진출은 많이 할수록 좋다. 물론 현장에서 호불호는 있다. WK리그 선수가 부족해 국내리그가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론 대표팀에 해외파가 8~10명은 돼야 한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라면 발전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 제가 몸담아온 현대제철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 언제든 열려 있다."

최 감독은 협회를 향해서도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FIFA A매치 일정을 늘 모니터링해왔다. 물론 당장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제가 협회에 요구한 것은 분기별 한번씩, 연간 A매치 4회는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제대회에 대한 감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협회에서 적극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축구 대표팀 발전을 위해 외국인 스태프 영입 계획도 밝혔다. "여자축구도 세계적 축구 트렌드와 교감하고 따라가야 한다. 유럽 4대 리그가 축구 트렌드를 주도하고 유럽 지도자들이 아무래도 전술적 트렌드와 가깝게 있다. 저의 철학에 맞는 외국인 스태프를 통해 세계적인 축구 트렌드와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장점을 접목해 대표팀의 전술 방향성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축구회관(신문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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