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택한 벨기에행' 이승우, 전화위복 될 수 있을

[스포츠조선 박찬준기자]'함성유발자' 이승우가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행선지는 낯선 벨기에 주필러리그의 낯선 팀 신트 트라위던이다.

복수의 이탈리아 언론은 '이승우가 헬라스 베로나를 떠나 벨기에 1부리그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한다'고 보도했다. 유럽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들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2017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베로나로 이적한 이승우는 2시즌 만에 이탈리아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승우는 옵션 포함 3년(2+1년)에 구단 최고 대우를 받고 신트 트라위던 유니폼을 입는다. 이적료 역시 구단 역사상 최고액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깜짝 이적이다. 올 여름 이승우를 향한 여러 리그의 러브콜이 있었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카타르 등이 이승우에 관심을 보였다. 이승우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B(2부리그)에서 27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다. 공격 포인트가 아쉬웠지만,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우는 베로나 잔류를 택했다. 세리에A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올 시즌 승격에 성공한 베로나 역시 이승우에게 핵심 공격수를 상징하는 등번호 9번을 주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승우는 베로나와 함께 프리시즌을 보냈다. 베로나가 치른 6경기에 모두 나섰다.

하지만 신트 트라위던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황이 급변했다. 당초 신트 트라위던은 임대를 원했다. 하지만 벨기에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베로나측이 이를 거절했다. 신트 트라위던은 승부수를 띄웠다. 완전이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침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이적료 900만유로에 세리에A 볼로냐로 이적하며 거액을 손에 넣은 신트 트라위던은 이승우를 향해 과감한 베팅을 했다. 올 시즌 잔류를 위해 대대적인 영입에 나선 베로나 입장에서 외면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베로나는 막판 이승우에게 전력 외 통보를 했고, 이승우는 어쩔 수 없이 신트 트라위던 제안을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이적마감시한은 9월2일까지다.

이승우 입장에서 '보다 일찍 결정했었으면', 혹은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적 과정이었다.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 보다 이름값이 있는 리그와 팀들이 이승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잔류를 원했지만, 구단이 막판 이적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며 예상과 다른 2019~2020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가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 신트 트라위던행은 현실이 됐다.

어쩔 수 없었던 벨기에행을 신의 한수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주필러리그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리그 순위는 8위다. 터키(10위), 네덜란드(11위), 오스트리아(12위)보다 위다.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주필러리그는 빅리그의 주요 수출처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데로 신트 트라위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도미야스는 바로 세리에A로 이적했다. 이승우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한번 빅리그행 문을 열 수 있다.

신트 트라위던은 올 시즌 12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 득점자였던 가마다가 원소속팀인 프랑크푸르트로 복귀하며 올 시즌 치른 5경기에서 4경기나 득점에 실패했다. 신트 트라위던이 이승우를 그토록 원했던 이유다.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신트 트라위던은 일본 선수가 3명이나 뛰고 있는 등 아시아 친화적인 구단인만큼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이후 벨기에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 후 선수단에 합류해 벨기에 적응에 돌입한다. 어쩔 수 없이 택한 벨기에행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지, 이승우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