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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정정용 감독님께 배웠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인 감독은 U-20 월드컵 준우승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여자축구 U-16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인 인 감독은 올해초 상반기 U-20 남자대표팀 코치, 하반기 U-16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폴란드 U-20 월드컵이 끝나기가 무섭게 9월 열릴 태국 U-16 아시아여자축구 챔피언십 체제에 돌입했다. 내년 인도 U-17 여자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아시아 쿼터가 3장에서 2장으로 줄어들면서 일본, 중국, 북한, 호주 등 여자축구 강국들과의 피 튀기는 경쟁이 예고돼 있다. 인 감독은 U-20 대표팀의 서울시청광장 환영식이 있던 날 오후에도 창녕 여왕기여자축구 현장에 있었다. 4월 화천, 7월 창녕, 7월 합천 대회현장을 빠짐없이 모니터링하며 여자축구에 '올인' 중이다.
이번 동아시아 페스티벌은 인 감독 부임 후 첫 대회다. U-15 여자대표팀 에이스들을 U-16 대표팀으로 월반시킬 계획이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강국들이 참가한 만큼 이번 대회는 인 감독에게도 큰 공부가 됐다. 사실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8월 초까지 합천 전국여자축구선수권을 뛰었다. 포항 항도중의 우승을 이끈 주장 전유경, '일본전 멀티골의 주인공' 박수정 등은 결승전까지 5~6경기를 뛴 후 회복시간도 없이 대만, 중국, 일본과 3연전을 치렀다. 한일전, 섭씨 35도에 육박하는 남도의 불볕더위속에 그라운드를 내달리는 선수들의 체력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술과 과감한 역습, 일본의 개인기에 맞선 협력수비가 빛을 발했다. 인 감독의 지시를 선수들은 200% 이행해줬다. 전반 12분 박수정의 선제골, 종료직전 전유경, 후반 5분 박수정의 1대1 단독찬스는 인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투혼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지난 2년간 교류전에서 일본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여중생 투사들이 새 감독님과 함께 일군 삼세 번만의 승리에 활짝 웃었다.
한일전, 전후반 70분 내내 테크니컬존에서 박수를 치며 어린 선수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인 감독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긍정의 리더십에 대해 인 감독은 "훈련을 아직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일단 짧은 시간동안 주문한 내용들을 너무 잘해줬다. 칭찬할 수밖에 없다"며 미소 지었다.
인 감독은 내주중 중3, 고1 선수들을 소집해 9월 태국 아시아챔피언십에 나설 U-16 최종 대표팀의 옥석을 가린다. "아시아의 티켓은 단 2장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불가능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 태국에서 꼭 결승에 진출해 티켓을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여름 폴란드에서 U-20 선수들이 그러했듯, 더 큰 무대에서 축구소녀들의 성장을 염원했다. "월드컵 티켓을 따야 한다. 그래야 이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아시아 무대와 월드컵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선수들과 면담해보니 모두 A대표팀을 목표로 하고 있더라.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 아시아 톱인 선수도 있다. 지도자들이 열정을 다하고, 당장의 결과보다 기본기, 체력, 기술에 집중한다면 분명 A대표팀에서도 좋은 결과가 이어질 것이다. 불가능은 없다. 희망이 보인다. 일본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인 감독은 유소년에 최적화된 지도자다. 남들이 마다하는 힘든 길을 기꺼이 맡겠다고 했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는 과거 이 연령, 여자축구 U-17 세계선수권에서 우승도 했었다. 협회는 여자축구 저연령대에 뛰어난 지도자들을 집중배치했다.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에 좋은 지도자의 리더십이 더해져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목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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