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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토트넘)-이강인(발렌시아)은 한국축구가 낳은 '돌연변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마인드는 '유럽'이다.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내주기 보다는 혼자서 해결하는 타입이다. '이타'를 미덕으로 여기는 다른 공격수들과 달리, 문전에서 욕심을 낸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좁은 공간에서도 드리블 하는 것을 즐기고, 뒤나 옆으로 주기 보다는 앞으로 패스하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가 유럽축구에서 보던 유럽선수들의 모습 그대로다.
이들의 다른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장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K리그, J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유럽파들과 달리 어린 시절부터 '조기유학', '현지화' 전략을 택하며 유럽리그에서 데뷔했다. 학원 축구 대신 아버지의 개인 교습을 받으며 성장한 손흥민은 동북고 1학년때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함부르크로 이적했다. 이강인은 더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갔다. 유년 시절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만천하에 알린 이강인은 2011년 한 감독의 소개로 스페인으로 떠났다.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몇몇 구단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발렌시아에 둥지를 틀었다.
전문가들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국내의 지도를 받았더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한국축구의 결정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문전에서 책임을 회피하려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갈수록 더 대담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독일식 훈련이 몸에 익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도영 전 성남 코치는 "이강인이 주로 구사하는 스루패스는 기본적으로 확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볼을 뺏기지 않는데 주력한다. 모험적인 패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스페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답은 '큰 물'이다. '메이드 인 유럽' 한국 천재들의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주도로 한국식 유스시스템이 체계화됐다. 이 과정을 통해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지동원 등을 비롯해 이번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광연 오세훈 조영욱 황태현 등이 모두 한국식 유스시스템이 낳은 걸작들이다.
하지만 한단계를 뛰어넘는 천재들은 모두 유럽에서 만들어졌다. 단순히 기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인드다. 한국 유스 시스템은 이 부분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지도자의 의식 전환, 프로그램의 변화 등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8인제 축구 등이 도입된 것은 고무적이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때 큰 물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른 해외 진출에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일부 선수들의 성공담은 달콤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실패 사례가 무수히 많다. 몸과 함께 마음이 자라는 시기다. '소년 성공'의 꿈과 기대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축구와 학업, 생활에 적응하는 외로운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언어, 문화 등 소통의 문제를 함께 넘을 든든한 보호자, 후견인도 필요하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재능들이 모두 모인 유럽 무대, 경쟁도 기회도 쉽지 않다. 한창 뛰어야할 나이에 뛰지 못하면 축구는 당연히 퇴보한다. 선수는 뛰어야 한다.
그래도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한다. 손흥민도, 이강인도 그랬다. 천재는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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