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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 한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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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마법이 만든 한-일전 승리였다. 아르헨티나를 제압했던 3-5-1-1 전술을 다시 꺼낸 한국은 4-4-2 카드로 맞선 일본에 전반 내내 끌려 다녔다. 특히 허리 싸움에서 완패했다. 한국은 수세시 5-3-2 형태로 전환되는데, 4-4-2로 나선 일본에 비해 미드필드 숫자에서 열세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측면부터 공격을 푸는 일본의 형태에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세컨드볼 싸움에서 완벽히 밀렸다. 전반 점유율은 72대28로, 일방적인 열세였다. 세컨드볼을 갖지 못하자 이강인에게 연결되는 볼도 적었다.
정 감독은 후반 수비수 이지솔을 빼고 공격수 엄원상을 넣었다. 전형도 4-4-2, 정확하게는 4-4-1-1로 바꿨다. 과감히 일본과 같은 형태를 갖추며 맞불을 놨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두 줄 수비로 일본의 측면 공격을 1차적으로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자연스레 세컨드볼 싸움에서 대등해지며, 허리 싸움이 팽팽해졌다. 전반 수비 부담에 허덕이던 이강인은 보다 공격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엄원상의 스피드를 활용한 측면 공격으로 활로를 찾았다. 물론 포백으로 전환하며 스리백 때보다 수비가 다소 엷어졌지만, 리스크를 감수한 정 감독의 과감한 한수는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정 감독이 그동안 쌓은 내공이 폭발하고 있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는 물론, 프로 무대도 밟지 못한 철저한 무명이었던 정 감독은 선수시절의 아쉬움을 배움으로 풀었다. 은퇴 후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축구경기의 득점 및 어시시트위치, 방향분석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석사 학위를 땄다. 교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운명처럼 유소년들을 만났고,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2005년에는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소년 축구선수 기초체력에 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의 전임 지도자로 들어와 다양한 연령대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한 정 감독은 축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무명의, 유소년만 지도한 정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준비된 정 감독의 마법은 생애 첫 메이저대회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세네갈전 승리 역시 정 감독의 매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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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강인은 일본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전과 같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상대의 집중견제에 고전했다. 상대 수비에 여러차례 걷어차이며 그라운드에 누웠다. 하지만 이강인은 무력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상대와 부딪혔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압박했다.
지금까지 한국축구에는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다. 한국축구에서 천재의 수식어는 대부분 '게으르다'였다. 많이 뛰지 않았고, 몸싸움을 기피했고, 수비에 소홀했다. 팀플레이 보다는 개인플레이에 집중했고, 공격만 신경썼다. 많은 감독들이 부임 초기 천재들의 기술과 재능에 주목했지만, 최종 순간에는 외면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천재들이 꽃을 피우지 못했던 것은 한국적 전술, 지도자들의 성향도 있지만, 게을렀던 천재들의 책임도 있다.
이강인이 이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절실함과 투쟁심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탁월한 기술을 지녔지만, 볼을 뺏기지 않겠다는 집념과 어떻게서든 전방에 볼을 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졌다. 체구는 작지만, 누구보다 많이 뛰고 누구보다 강하게 부딪힌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상대 선수들에게 스페인어로 욕을 했다는 것은 이강인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비도 소홀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어린만큼 수비 방법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이강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맨투맨이나 공간을 놓치지 않는다.
앞으로 이강인에 대한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당연히 세네갈 역시 이강인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이 연령대에서 아프리카의 피지컬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18세 이강인이 상대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강인의 기술은 압도적이지만,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체력까지 바닥이다. 하지만 이강인은 언제나처럼 팀에 기여할 것이다. 그게 키핑이 될 수도, 킥이 될 수도, 수비가 될 수도 있다. 세네갈전의 키플레이어도 이강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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