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 끝판왕' 이졍협 "저의 대표팀 복귀 비결은..."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돌아온 국가대표 이정협(28·부산)은 자신의 대표팀 복귀를 무엇때문이라 생각할까.

고진감래라고, 자신이 갖은 역경을 딛고 거둔 결실인데도 그의 머리 속은 팀 동료가 항상 먼저였다.

한때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정협은 이번 6월 매치를 맞아 파울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정협에겐 1년6개월 만에 찾아온 기회다.

벤투 감독은 이정협의 발탁에 대해 "관찰한 결과 대표팀에서 경쟁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기록에서도 이정협은 올시즌 현재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골감각 등으로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왔다.

이유있는 대표팀 복귀다. 하지만 이정협은 여전히 자신을 낮췄다. '네탓이오'를 먼저 외쳤다.

3일 그리웠던 파주NFC로 향하기에 앞서 이정협은 대표팀 복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동료'를 먼저 입에 담았다.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 팀 동료들이 없었다면 대표팀에 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고 싶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어 이정협은 "대표팀이란 자리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재발탁돼서 무척 기쁘고 설렌다"며 가슴 벅찬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정협의 '동료 타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시즌 3경기 멀티골을 포함, 11경기 7골로 이른바 '잘나가는' 비결을 말할 때 "동료 선수들이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이다. 팀이 함께 만드는 골"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조덕제 감독이 스트라이커인데도 너무 열심히 뛰어줘서 모범이 된다고 칭찬한 것에 대해서도 "뒤에서 몸을 던져 수비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더 뛰어야 한다"고도 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한결같아 보이는 화법이다.

여기에 부산 구단 관계자들이 올해 이정협을 바라보며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이정협이 정말 달라졌다."

슈틸리케 감독 재임기에 '황태자 시절'을 보낸 이후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스스로 깨달은 점이 많았는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 1년 동안 일본 J리그에 진출했다가 이른바 '바닥'까지 경험하고 돌아왔지만 '아픈 경험'이 아닌 '인생의 보약'으로 승화시켰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정협의 이번 컴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동료들 덕분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이정협이 동료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뛸 게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정협은 대표팀에 복귀하면 가장 반가운 선수로 후배 김민재(23·베이징 궈안)를 꼽았다. "시즌 끝나고 만나면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그랬다. 민재가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자주 연락을 못했는데,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벌써 보고 싶다."
최만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