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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불금축구' 제주 원정팬도 불러모은 울산의 열정[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4-01 05:30





"제주는 원정 팬이 많지 않습니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적지만 늘 함께 해주시는 팬 분들께 감사합니다."

조성환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29일 저녁,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첫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을 앞두고 원정 팬들이 꽤 많이 왔다는 전언에 이렇게 답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뚜껑을 연 '불금 매치', 제주 원정석에는 오렌지빛 서포터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ORANGE IS THE NEW CHAMPION(오렌지군단이 새 챔피언)' '제주, 재주 부려봐!' 등 오렌지빛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가운데 수백 명의 남녀노소 팬들이 자리잡았다.

조 감독조차 예상치 못했던, 이례적인 제주 '불금 원정' 팬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경기 후 울산 프런트와의 대화에서 답이 나왔다. 김현희 울산 사무국장은 "울산공단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있다. 우리가 직접 SK에너지 등 SK계열사들을 직접 찾아가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제주 원정 팬들을 유치했다"고 귀띔했다. "울산의 메인 스폰서가 현대오일뱅크 아니냐, 덕분에 정유사 더비 성격도 띠게 됐다"며 웃었다. 축구의 봄을 맞아 올해 첫 시행된 K리그 첫 금요일 밤경기,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안방팬, 원정팬이 따로 없었다.

선수들이 A매치 휴식기 동안 경기력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김광국 단장 이하 전 직원들은 지자체, 지역 학교, 기업들을 쉼없이 돌았다. 적극적인 '모객'에 나섰다. 그 결과 이날 6052명의 유료관중이 울산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평균관중 2만 명을 야심차게 목표 삼고 있는 김 단장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울산의 수요일 3경기 평균관중 4301명을 2000명 가까이 뛰어넘는 유의미한 기록이다. 지난해 울산은 평균관중 7523명, 주말 평균관중 8128명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화끈했다. 울산은 3라운드까지 1승2무로 무패를 기록했지만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초호화 공격라인은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러나 휴식기 후 울산의 공격은 간결하고 강해졌다. 이날 미드필더 김보경이 중원을 휘젓는 가운데 전반 25분 원샷원킬 주니오가 일찌감치 선제골을 기록했다. 올시즌 전반에 터진 첫 필드골이었다. 2분만인 전반 27분 이창민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8분만에 김보경이 짜릿한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며 2경기 연속골과 함께 승리를 이끌었다. 김보경의 결승골이 터질 때까지 팽팽했던 양팀의 템포 빠른 공격축구는 시원했다. 윤일록(제주), 주민규(울산) 등 에이스들도 올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울산이 날린 7개의 슈팅 중 6개가 유효슈팅이었다. 마지막 휘슬까지 무승부를 노린 제주의 분투도 인상적이었다. 무려 11개의 슈팅, 7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첫 금요일 경기 관중기록으로는 나쁘지 않다. 양팀의 경기력도 좋았다"고 호평했다.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은 여름밤을 겨냥한 것이다. 여름밤 퇴근길 직장인, 학생들이 그라운드에서 치맥(치킨+맥주)를 즐기며 시원한 축구를 즐기길 바란다. 앞으로 더 잘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양팀 감독들도 첫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에 지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팬들을 위해서 평일 경기에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반겼다. 4월 아시아챔피언스(ACL) 폭풍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경기일 분산으로 여유가 생긴 것은 반갑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더 일찍 시행됐어야 한다. ACL 진출팀에게도 도움이 되고, 미디어 노출을 통해 더 많은 팬들과 함께 K리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은 울산-제주전을 시작으로 K리그1 12개 클럽이 한번씩 홈경기를 돌아가며 총 12번 열린다. 경기일을 분산시켜 미디어, 중계 노출을 극대화하고, 주5일제에서 팬들의 경기 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한 첫 시도다. ACL진출팀의 일정을 배려하기 위한 일본의 '프라이데이 나이트 J리그', 중계권자인 스카이스포츠와 협업해 금요일 경기를 브랜드화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프라이나이트 풋볼'을 벤치마킹했다. K리그1의 다음 '불금 매치'는 내달 26일 오후 7시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질 포항-수원전이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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