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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아저씨들의 숨은 정성에 지역 체육계도 감동했다.'
축구판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단체에 '상복'이 터진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용환 장학회는 부산 출신, 한국축구 레전드인 고 정용환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단체다. 정용환 전 부산시축구협회 기술이사는 2015년 위암 투병 끝에 5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용환 장학회 회원 200여명은 부산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른바 '짜장면집 사장님'들이 대부분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고인과의 인연이 정용환 장학회로 발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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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중식당 회원들끼리 동호인 축구대회를 하다가 우연히 정 전 이사로부터 즉석 축구레슨을 받은 게 인연의 시작이다. 이때 연결고리를 한 이가 모임을 이끄는 송춘열 회장(58)이다. 지인의 소개로 정 이사를 알고 있던 송 회장이 고인을 초대했다가 첫 만남이 이뤄졌다. 유명 국가대표 출신이 '동네축구' 동호인에게도 정성을 다해 지도하는 모습에 감동한 회원들은 열성팬이 됐다. 요즘 말로 팬클럽 격인 '정용환 후원회'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10년 우정이 굳어질 즈음 정 전 이사가 불의의 병으로 떠나자 상갓집에 문상왔던 회원들이 쓴 소줏잔을 나누던 중 "고인이 못다 이룬 꿈을 우리가 해보자"며 발전시킨 게 정용환 장학회였다.
'짜장면집 회원'들은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거창하지는 않지만 훈훈하게 숨은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정용환의 넋을 기리고, 고인이 하늘에서 웃으며 바라볼 것이란 상상만으로도 회원들은 더 바랄 게 없었다. 회원들의 특기를 살려 꿈나무 축구대회가 열리는 곳에 달려가 제공하는 짜장면·탕수육 파티는 단골 이벤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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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부터는 아예 대회까지 신설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게 되는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다. 생전 고인의 뜻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출범한 대회다. 작년까지 장학회 주최의 순수 민간 행사로 열렸지만 올해부터는 부산시축구협회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 부산 아이파크에 안기헌 대표이사(65), 조덕제 감독(54)이 취임하면서 정용환 장학회와의 유대가 끈끈해질 전망이다. 안 대표와 조 감독 모두 K리그 초창기 고인과 함께 현장을 누볐다. 안 대표는 6년 선배이고, 같은 '원클럽맨'인 조 감독은 1988∼1995년 대우 시절 고인의 절친 후배로 함께 뛰었다.
최근 열린 시상식에도 안 대표, 조 감독을 비롯해 조병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박상인 전 부산교통공사 감독(67) 등 추억의 축구스타들이 모여 정용환 장학회의 공로를 축하했다. 장학회는 이날 초·중·고 유망주 3명에게 각각 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송춘열 회장은 "우리 모임의 순수한 뜻을 주변에서 알아주시니 보람을 느낀다. 생전 고인의 뜻을 잊지 않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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