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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1차전이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출전으로 1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당연히 최전방에 포진한 '와일드카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발끝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의 공백에 대비, 공격진에 와일드카드를 추가로 썼다. 기대 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황의조는 '의리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황의조는 단 45분만에 자신을 향한 시선을 바꿨다.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부담스러운 첫 판을 넘겼다. 기세가 오른 황의조는 대회 내내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발판으로 J리그와 A대표팀에서 골폭풍을 이어간 황의조는 2018년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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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바레인과의 아시안게임 1차전과 오버랩된다. 물론 상대는 바레인보다 더 약하다. 필리핀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6위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1차전은 쉽지 않다. 1차전은 대회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여기에 이번에도 손흥민이 뛸 수 없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차출 문제로 이번 아시안컵 1, 2차전에 나설 수 없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활약을 펼치는 손흥민의 초반 공백은 벤투호 최대 고민이다. 지난 사우디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손흥민의 존재감만 확인하며 0대0 무승부에 그쳤다.
그래서 황의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레인과의 아시안게임 1차전처럼 황의조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 이른 시간 득점이 터지면 다득점도 가능하다. 반면 초반 득점에 실패하면 의외로 고전할 수 있다. 필리핀전 최상의 시나리오는 다득점 승리다. 그래야 남은 키르기스스탄, 중국전이 편해진다. 조 1위로 통과해야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레이스도 한결 수월해진다.
아시안게임 1차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황의조를 향한 기대감이다. 바레인전 당시 우려가 더 컸다면, 필리핀전은 기대가 더 크다. 외신들도 손흥민이 없는 지금, 황의조를 주목하고 있다.
황의조도 스스로 에이스라는 자각을 하고 골을 노려야 한다. 손흥민이 없는 지금,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사우디전에서 움직임은 무뎠지만, 슈팅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컨디션을 더욱 올린 지금, 한국이 믿을 수 있는 최상의 골루트는 단연 황의조다. 첫 경기부터 골을 넣는다면, 황의조의 아시안컵도 아시안게임 만큼이나 뜨거워질 수 있다. 필리핀전, 최고의 관전포인트는 황의조의 발끝이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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