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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베트남이 열광했다. 베트남 국민들 뿐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의 대한민국에서도 베트남 축구에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마치 한국 A대표팀의 경기를 응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대한민국은 박항서의 베트남 축구에 열광할까.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열었다. 2017년 10월 취임 이후 각종 대회에서 새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1월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8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로 베트남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최고의 동남아시아국가를 가리는 스즈키컵에선 무려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8년'은 박 감독은 물론이고, 베트남 축구에 최고의 해가 됐다.
황금기를 맞이한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한국 축구의 2002년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개최국 한국에 기적 같은 대회였다. 2001년 사령탑으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본선 첫 승리와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강팀들을 나란히 격파하더니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당시 한국은 온통 축구 열기로 물들었다. 국민의 축제였다. 수많은 축구팬들이 응원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히딩크 감독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당시 수석코치를 맡았던 게 바로 박 감독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그 영광을 재현했다. 박 감독을 응원하는 한국팬들의 '히딩크 향수'를 자극했다. 축구 관계자는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외국인 감독에게 은혜를 받았다. 베트남에선 박항서가 그런 히딩크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도 히딩크 같은 영웅을 외국에 수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팀의 반전극은 국내팬들의 응원 심리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베트남은 아시아의 축구 변방 국가다. 큰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이 밟아 보지 못한 고지를 하나씩 점령하고 있다. 박 감독 역시 국내에서 성공한 지도자는 아니었다. 경남, 전남, 상주에서 두루 감독직을 맡았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았다. 결국 프로에서 실패하며, 실업축구 창원시청의 감독을 맡은 바 있다. 그랬던 박 감독은 베트남 지휘봉을 잡으면서 성공 스토리를 썼다. 이 극적인 스토리에 한국팬들이 빠져 들고 있다.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감독은 세대 차이가 나는 선수들에게 형님처럼 다가선다. 아시안게임 기자회견에서도 선수에게 직접 물을 건네고, 등을 다독이는 등 인자한 모습을 보인다. 선수가 아플 때는 직접 의무실을 찾아가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선수들은 이런 박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른다. 권위적인 리더십보다 부드러운 리더십이 각광 받는 이 시대에 맞는 감독이다. 그 모습 또한 한국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박항서 매직'은 그렇게 베트남 뿐 아니라 대한민국도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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